▲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외국인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어가 '빨리빨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신속함을 중요시한다. 정보기술(IT) 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전 세계에서 비교 대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인터넷 속도 덕분이었다. 우리의 '빠르다'의 기준은 다른 국가와 분명히 다르다. 배달과 택배, 물류의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속도를 자랑한다.

최근 이 같은 빨리빨리 전쟁에 불이 붙은 업계가 있다. 바로 유통업계의 '새벽배송'. 자정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전에 집 앞에 도착한다는 슬로건으로 '마켓컬리' 등 온라인 마켓이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바쁜 현대인들과 집에서 주로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 '홈루덴스(Home Ludens)'족, 대량 구매를 원하지 않는 1인 가구 등에게 아주 유용한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천억원, 3년 만에 40배가량 급성장을 이뤘다. 백화점 업계와 홈쇼핑, 마트, 이커머스 등 대형 유통 업체에서 너도나도 새벽배송 서비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핀테크 기술을 통해 물륜 운영 방식을 효율화하고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 추천, 간편 결제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에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월 조사한 새벽배송 서비스 만족도 역시 약 75%의 사용자가 만족한다는 응답을 한 바 있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새벽배송에도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 새벽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비용과 물류 운영에 드는 비용은 큰데 비해, 택배 단가와 수익성은 떨어져 업체마다 발생하는 적자가 심상치 않다. 여기에 새벽배송 시 경비원의 부재, 공동현관 닫힘 등으로 택배를 건물 앞에 두고 가는 경우가 많아 분실·도난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신선식품을 안전하게 배송해야 하는 만큼 스티로폼과 보냉팩, 에어캡 등의 쓰레기가 매일 매일 발생한다는 점 역시 큰 해결과제로 자리하고 있다. 재활용품 수출에 제동이 걸려 온 국가가 일회용품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새벽배송만 빨리빨리 경쟁에 의해 이를 눈 감고 있는 것이다.

속도가 생명인 한국 사회에서 새벽배송은 전망이 밝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업체에 의해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이 때문에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그냥 지나친다면, 추후 눈덩이처럼 불어나 끌고가기 어려운 장애요인으로 돌아올 것이다. 속도 전쟁보다는 숨 고르기를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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