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기 이천 연수원서 열린 기념식에서 발표
"창업 정신과 비전 잊지 말고 도전 극복해야" 강조

▲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 사진=동원그룹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동원그룹 김재철(84) 회장이 16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1969년 원양어선 1척을 보유한 작은 수산회사로 시작한 동원그룹을 이끌어 온 지 50년 만이다.

동원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날 오전 경기 이천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퇴진을 선언했다.

김 회장은 기념사에서 "동원이 창립된 1969년은 인류가 달에 발을 디딘 해로, 선진국이 달에 도전할 때 동원은 바다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엄청난 갭이 있었다"며 "하지만, 열심히 땀을 흘리고 힘을 모은 결과, 동원은 1, 2, 3차 산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을 영위하며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인생의 짐은 무거울수록 좋다. 그럴수록 인간은 성장하니까'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노력해왔다"며 "동원의 자랑스러운 50년을 만들 수 있도록 바탕이 돼 준 우리나라와 사회에 감사를 드리며 우리 사회에 더욱 필요한 기업이 될 것을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또 "동원의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기업 비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 필요 기업'"이라며 "앞으로도 이 다짐을 잊지 말고 정도(正道)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라는 것을 늘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는 과거를 자랑하고 있을 여유가 없으며, 기업 경영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받고 이겨내야 한다"며 "4차산업혁명이다, AI(인공지능)이다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지만 동원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념사 말미에는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한다"며 "역량을 십분 발휘해 더욱 찬란한 동원의 새 역사를 써달라"고 주문했다.

김 회장의 퇴진 선언은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오랫동안 고민하다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 세대로서 소임을 다했고 후배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물러서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평소 '기업은 환경 적응업이다'라는 소신을 밝히며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김 회장은 동원의 변화와 혁신을 새로운 세대가 이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근에는 AI에 관심을 갖고 이를 사업과 연결하는 방안은 물론 글로벌 기업 경영의 화두가 되고 있는 RPA(로보틱 처리 자동화)를 경영에 도입하는 것도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에서 물러난 후 김 회장은 그룹 경영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에만 그간 쌓아온 경륜을 살려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재계 원로로서 한국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엔터프라이즈가 그룹의 전략과 방향을 잡고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하는 기존 경영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지도체제 관련해서도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중심이 돼 경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동원그룹은 1969년 직원 3명과 원양어선 1척으로 사업을 시작해 1982년 국내 최초의 참치 통조림인 '동원참치'를 출시하며 우리에게 알려졌다. 2000년 종합식품기업인 동원F&B를 설립해 유가공, 건기식, 온라인 유통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2008년 미국 최대의 참치 브랜드인 스타키스트(Starkist) 등을 인수하며 해외 네트워크까지 보유한 글로벌 그룹으로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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