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조정마저 진통을 겪고 있을 정도로 대치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사퇴와 청와대 인사라인 물갈이를 주장하는 자유한국당과 달리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중대 흠결이 없다"며 이 후보자 임명 강행을 예고하면서 국회가 '대의 민주주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는 초유의 마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회에 이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했다.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이었던 전날 국회 채택이 불발되면서 재송부 요청을 한 것이다. 이는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선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와 관련, 주식보유 의혹은 대부분 해명됐다며 결격 사유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청와대는 재송부 기한을 16일 오후부터 23일까지 이어지는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기간 중으로 잡아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이 후보자를 임명하는 방안과 23일 순방 종료 후 재판관을 임명하는 안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하튼 여야 간 정쟁이 격화되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모든 정치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고 각 정파의 지도부는 제 역할을 외면하는 등 '의사결정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붕괴됐다고 할 수 있다. 참으로 개탄스런 정치 현실이자 국민 분노를 부르는 정치인들의 '배임 행위'이다.

올 들어 석 달 만에 열린 4월 임시국회도 첫날인 8일부터 여야 간 충돌로 제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하고, 이미 임명안을 재가한 진영 행정안전·박양우 문화체육관광·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을 포함해 모두 5명의 신임 장관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하자 야당이 반발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야당의 반발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거세질 수밖에 없다. 탄력근로제 확대 기간과 6조원 추경안 등을 놓고도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커 이번 임시국회도 진통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남편 오충진 변호사(전 부장판사)가 직무와 관련된 투자를 금지한 대법원 규칙을 어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오 변호사가 배석판사로서 아모레퍼시픽 관련 사건을 담당하며 주식을 매수한 것은 대법원 규칙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고 결과와 상관없이 법관이 담당 사건의 주식을 매수한 것은 부적절하고 대법원 규칙에 의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여론의 반응은 좋지 않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성인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에서 이 후보가 헌법재판관으로서 부적격하다는 응답이 54.6%였다. '적격하다'는 응답은 28.8%에 그쳤음을 여권은 직시하길 바란다. 근래 한국 경제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기조가 짙어지며 한국 경제 성장세와 물가 상승률 눈높이가 자꾸 낮아지는 추세여서 우려가 크다. 정치권에 당부한다. 끝없는 정쟁을 지양하고 민생·경제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는 실천의지를 보이길 바란다. 국민은 피곤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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