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총아' 자율주행차와 고효율 친환경 전기차 등 자동차 생산과 기능 등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성 제고가 절박한 현실이다. 노사화합에 의한 산업평화를 이룩해 악조건을 헤쳐 가는 게 긴요하다.

이런 어둔 현실에서 '작은 희망'이 보이고 있다. '화합만이 살길'이라며 극렬 노사분규의 악몽을 털고 9년째 함께 가는 쌍용차 노사가 회사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2천646명 정리해고와 77일간의 파업. 그리고 64명 구속'에서 보듯 쌍용차 노사는 2009년 국내 자동차 노사 분규의 한 획을 그었다. 경영악화로 인한 대규모 '칼바람'에 반대한 노동조합이 옥쇄 파업에 돌입하면서다.

10년이 지난 현재 쌍용차 노사는 괄목상대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어 업계 안팎으로부터 상찬(賞讚)받고 있다. 9년째 무분규를 이어오며 '연례행사'처럼 파업하는 여느 국산차 업계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노사가 벼랑 끝 대치로 '화합'만이 살길이라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연간 생산 능력은 최대 25만대다. 한때 가동률은 14%까지 떨어졌다. 2009년 쌍용차 사태 때다. 작년의 경우 58%까지 끌어올렸다. 쌍용차 노사가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자 실적도 화답했다.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티볼리를 시작으로 이어진 G4 렉스턴, 코란도 스포츠 등이 잇달아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노사 화합은 실적으로 이어졌고, 이는 또 모기업의 '신뢰'로 연결됐다. 지난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는 지난 7년간 1조 5천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했고, 앞으로 3~4년간 기술개발에 1조 3천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반면 르노삼성자동차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사가 작년 6월부터 10개월째 임금과 단체협약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5일, 17일에 이어 19일 주야 4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한다. 작년 10월 이후 르노삼성 노조 가 실시한 파업은 전날 기준 총 58차례, 234시간이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만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여전히 강대강(强大强) 대치로 '거친 쇳소리'만 난무하고 있다.

작년 부도 문턱에서 '혈세' 지원으로 연명한 한국지엠(GM) 노사가 일 년 만에 또다시 파열음을 낼 조짐이다. 군산공장 폐쇄 이후 '탈(脫)한국' 논란으로 민심을 잃고 판매 부진의 늪에 허덕이는 한국GM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오는 22~23일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소속 조합원 2천93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을 묻는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파업을 단행하면 여론의 비판 눈총은 세지고, 노사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광주형 일자리 등으로 줄어드는 일감을 우려해 올해 '밥그릇' 지키기에 나선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기아차 노조는 늘어나는 해외생산 물량을 국내로 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주장이고, 때늦은 억지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노조는 부당한 경영간섭 전에 자신들의 기득권부터 내려놓는 게 순서다. 회사 경영이나 공장의 미래는 어떻게 되든 당장의 몫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식으로는 설 땅만 줄어들 뿐이다. 국제 흐름에 맞고,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자동차산업 노조의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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