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방위 '아현화재' 청문회서
황창규회장 '수익위주'경영 집중성토
"아현국사 통신구 방재시설에
달랑 소화기만 비치돼…
방화문·연기센서 등 전무"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서울 아현국사 화재 진상규명을 위한 소방당국의 조사와 청문회를 KT측이 무력화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소방당국의 자료 조사 요청에 KT가 지연보고하고 청문회 출석이 계획됐던 하청협력업체 직원에게 압력을 가해 참석을 막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원들은 이번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황창규 회장의 무리한 비용절감에 의한 수익 위주 경영을 꼽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소방청의 조사를 이렇게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방해하는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며 "상임위 차원에서 공무집행방해혐의로 KT를 고발할 것을 검토 요청드린다"고 주장했다.
신경민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영등포을)은 "KT 아현국사 통신구 방재 시설 현황을 보면 소화기만 비치돼 있을 뿐 자동확산소화기, 방화문, 연기센서 등 아무것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불이나면 대책이 없다"며 "화재 관련 자료를 늦게 받았다. 김인회 경영기획본부장(사장)이 주지 말라고 해서 50%만 받았다고 한다"고 KT측의 자료 늦장 제출을 질타했다. 김 본부장은 황창규 회장과 삼성전자 시절부터 같이 근무한 인사로 한 때 황 회장 다음 CEO(최고경영인)으로 꼽힐 정도로 핵심측근이다.
이에 대해 이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윤영재 소방청 소방령은 오전 청문회가 끝난 뒤 기자들의 관련 질의에 "당국의 조사 자료 요구에 대해 KT가 20여일 정도 있다가 제출했다"며 "회사 내부적으로 정리하느라 시간이 걸렸겠지만 당국으로선 국민적 관심사안에 대해 신속히 조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자료가 조기 제출되지 않은 점에 대해 답답한 점이 있었다"고 전후 경과를 설명했다.
KT측이 청문회 참고인 출석을 막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종훈 의원(민중당·울산 동구갑) 의원은 "KT가 아현 화재 직후 방송사 등에서 문제되는 통신구 맨홀 뚜껑 등을 보도하자 하청업체 사장에게 '직원이 왜 맨홀 뚜껑을 열어가면서 방송촬영에 일일이 협조했냐'고 했다고 한다"며 "(직원이 참고인으로) 청문회까지 출석하면 (KT와) 하청계약에서 탈락시키겠다는 협박이 있었던 것으로 사실상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하청업체 사장은 참고인에게 '(당신이) 국회에 나가면 1년도 못 되서 KT 하청계약에서 탈락할 것이고 그러면 직원과 동료들은 갈 곳을 잃는다'고 했다"며 "그래서 참고인이 동료 피해를 우려해 결국 출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참고인이나 하청업체를 또 협박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각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KT의 외압과 협박에 의해서 참고인이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면 이건 중대한 문제이고 형사처벌까지 해야 할 문제"라며 "행정실에 참고인이 불출석한 사유를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수행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불참을 놓고 여야 의원간 의사진행 발언 공방이 오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청문회가 시작된 뒤에도 질의 중에 황창규 회장에 대한 책임 추궁보다 정부의 관리 책임을 더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이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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