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KT 아현화재 청문회서 KT '셀프 추천' 이사회 입길 올라
"전임 이석채 회장 대비 당기순이익·시총 감소해도 연봉 비슷해"

▲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KT 아현국사 화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황창규 회장(오른쪽)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황창규 KT 회장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로 차기 CEO(최고경영인)을 선임해 퇴임 이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경민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영등포을)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KT 아현국사 화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황 회장이 차기회장 선임 준비를 지시해 후계자를 뽑아 2기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소문이 KT 사내에 자자하다"며 "KT 이사회는 황 회장이 제안한 안건에 한번도 반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KT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황 회장을 대신할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는 지배구조위원회가 회장 후보자군을 구성하면 이사회 등에서 후보자들을 심사한 뒤 1인을 주주총회에 추천해 최종 결정된다. 당초 KT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돼 온 김인회 사장은 사내이사로서 지배구조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어 사내 회장 후보자군에서 제외됐다. 김 사장이 평소 황 회장의 '오른팔'로 꼽힐 정도로 최측근 인사인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불식시킨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김종훈 의원(민중당·울산 동구)은 "KT 정관과 이사회 규정 개정으로 황 회장이 차기 회장 선임에 개입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안양 만안)도 "KT 이사회는 셀프(자가) 추천 이사회여서 내부견제가 안 된다"며 KT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황 회장은 "회장 후보 선임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전임 이석채 회장(재임기간)과 비교해 황 회장은 당기순이익, 영업이익은 거의 절반이 줄고 시가총액은 9조8천억에서 7조7천억으로 무려 21% 줄었지만 연봉은 16억원 수준으로 거의 같다"며 "또한 2014년 취임 이후 일반 직원은 전체 직원의 25% 수준인 8천320명이 구조조정된 가운데 임원은 97명에서 2015년 107명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임원 비율도 줄이고 연봉도 삭감도 하는 식으로 한 때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삼성전자 출신 CEO로서 솔선수범하는지, 책임지는 CEO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취임 당시 경영악화가 심화돼서 희망자, 자연퇴직자에 한해서 진행했다"며 "이해를 바란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노웅래 과방위 위원장은 "8천여명 직원들이 피눈물 흘리면서 나가는 동안 황 회장은 연봉을 5억원에서 16억원으로 올렸는데 '이해를 바란다'고 말할 수 있냐"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김성수 의원(비례대표)은 "황창규 회장은 정치권 줄대기에만 관심있다"며 "즉각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KT 'CEO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라고 일갈했다.

김종훈 의원은 "이번 화재의 원인은 황창규 회장이 단기 경영실적을 올리기 위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하면서 비용절감을 하고 정부 정책에 개입하려고 정치자금을 수수하며 회사를 사유화하는 가운데 안전관리에 소홀한데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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