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이후에도 통신주·맨홀 안전관리 허술·엉망"
KT 경영지배구조 등 비판 쏟아져…황 회장, "검토하겠다' 원론 답변 일관

▲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KT 아현국사 화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황창규 KT 회장(가운데)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KT가 지난해 11월 아현국사 화재 발생 이후에도 통신주와 맨홀 등 시설관리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경영을 위해 통신구 관리를 맡은 네트워크부문을 과도하게 구조조정하는 계획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황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차기 CEO(최고경영인) 선임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는 주장이 나왔고 지난해 아현화재 책임을 물어 황 회장에게 지급된 성과급 3억원을 반납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황 회장은 잇따른 의원들의 질책과 개선 촉구에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성수(비례대표) 의원은 17일 지난해 발생한 KT 아현국사 화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KT는 (화재 위험이 있는) 통신주와 맨홀에 대한 전수 조사했다 하지만 여전히 통신주 관리 상태가 엉망"이라며 "현장에서는 KT 직원이 직접 오지 않고 협력업체 직원더러 '관리상태가 좋은 곳만 찍어서 보내라'고 한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맨홀도 2차선에 있다가 도로가 확장해 4차선 한 가운데 있게 되면 옮겨줘야 하는데 안 했다"며 "도로 한 가운데 있으면 진동 때문에 케이블이 벤딩돼(접혀) 위험하다고 한다. 5G(5세대 이동통신)한다고만 하지 말고 이런 부분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의원님 말씀을 무겁게 받아 들인다"고 말했다.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은 "3개년에 걸쳐서 취약한 통신주 1만개를 개선하고 나머지는 전수조사를 하며 그 때 그 때 맞춰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협력사 이야기 들어보면 모두 급조한 일"이라며 "(동석한 민원기 과기정통부 2차관에게) 정부는 통신사에게 서면으로만 조치 상황을 보고 받을 것이 아니라 직접 협력회사에 확인하라"고 촉구했다.

신경민(더불어민주당·서울 영등포을) 의원은 "맨홀이 79만개이고 통신주가 430만주인데 전수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페이퍼(서류) 작업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어 "황 회장은 사람 목숨을 굉장히 허술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황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많은 산업재해 피해자가 발생한 데 이어 KT에서도 많다. 가는 곳마다 사람이 죽어난다. 무슨 사주팔자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신용현 의원(바른미래당·비례대표)은 "KT 통신 화재 대응책을 보면 하드웨어 측면에서 보강하겠다는 것만 있다"며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안전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또한 "휴대전화, 인터넷 전화를 한데 묶어 사용하는 결합상품을 구매하면 통신사고 발생 시 어떻게 피해야 할지 대책이 있는가"고 묻고 "이번 사고로 결합상품을 해지하고 싶어도 해지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결합상품에 대해서는 (이동통신)3사가 모여서 과기정통부와 협의해서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이런 큰 사고가 났을 때 (쉽게) 해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자회사 문제도 지적됐다. 김성태(자유한국당·비례대표) 의원은 "KT가 사고 발생 이후 자회사 KT ENG코어와 소방방재시설 수의계약을 했다"며 "KT ENG코어는 2014년 1조8천억 사기 대출에 연루된 이래로 자본잠식이 된 상태다. 이런 기업에 일감이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어 "감사를 제외하고 전부 KT 출신이다"며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등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의원님 의견에 따라 개선책을 마련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김종훈 의원(민중당·울산 동구)은 "통신구 화재 안전관리를 KT CM에 맡겼다고 했지만 아현 화재는 실제로 안전 점검을 하지 않고 KT 광고전단을 뿌리고 상품 판매를 해 왔다고 했다"며 "'통신구 관리 점검 일지를 제출하라'고 하니 '서류 간소화로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점검일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KT 유·무선망을 유지·관리하는 KT MOS가 7개 협력사에서 KT 자회사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KT 본사 노무담당팀이 KT MOS 노조 설립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관계법, 파견법 위반으로 자체 감사 후 보고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박모씨는 경찰 경감 출신으로 노조 와해공작 이력으로 유명한 사람으로 경영고문료로 603만원을 받았다"며 "지방경찰청장(치안감) 출신이 400만원 받은 것과 비교해 노조 공작과 관련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짚었다.

황 회장이 차기 CEO 인선에 개입하고 있다며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주장도 나왔다. 김성수 의원은 "차기 CEO 선임 프로세스(절차)를 즉각 중단하라"며 "(현)이사회 구조는 친황창규 인사를 심어놨기에 (이대로 CEO 선임이 이뤄지면) 황창규 낙하산이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황 회장이 아현화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경영평가 결과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며 "성과급 3억을 반납할 의사가 없느냐"고 황 회장에게 물었다. 황 회장은 노웅래 과방위 위원장이 성과급을 반납할 것을 촉구해도 "개인적인 일"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KT 사내 과도한 황 회장 추앙 분위기도 비판을 받았다. 신경민 의원은 "(황 회장의 일정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KT 사내방송을 보여주며) 사내방송은 과거 '땡전 뉴스'(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9시 뉴스 시보가 울리면 전두환 전 대통령 일정을 보도하던 뉴스 방식)에 버금갈 정도이고 '황비엔(황창규+MBN)'이라고 불린다"며 "황 회장 기자회견 감상문을 쓰게 하는 등으로 인해 기업평가 사이트 '잡플래닛'에서는 이동통신 3사 평가 중 KT가 제일 하위다. 직원들은 황 회장을 존경하지 않는다. 이게 'CEO 리스크'다"고 질타했다.

KT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걸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안양만안)은 "KT는 우리나라 구리회선망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고 혜화국사의 경우에는 국제 인터넷 회선과 연결될 정도로 (국민경제에서) 대단히 중요함에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며 "현재 KT이사회는 셀프(자가) 추천 이사회이다. 독일의 사례에서처럼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 회장은 "(지배구조에 관한 내용은) 이사회 결정사항이지만 제가 이사회에 숙제를 줘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철희 의원은 "황 회장이 최고의 전략이라고 치켜 세운 '마우나케아 프로젝트'를 보면 '2016년 네트워크부문 인력 4천600명을 2020년에 2천800명으로 줄인다'고 한다. 이는 현장의 수요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기 측면이 있지 않는가. 네트워크부문 인력을 이렇게 구조조정하면 통신구 안전 점검 등은 어떻게 하는가. 황 회장의 경영철학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의원님이 말씀하신 바에 따라 리뷰하고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노웅래 과방위 위원장은 "사고 발생 5개월이 지났는데 안전 개선됐다고 볼 수 없다. 눈가리기에 급급한 KT는 실망스럽다. KT뿐만 아니라 다른 통신사들도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의원들의 질의와 개선요구사항을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 황창규 증인은 청문회 과정에서 위증했다는 다수 의원들의 지적에 따라 고발을 검토할 것"이라고 마무리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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