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기업 명단공개'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유도해야"
"국민연금 장기 투자 유도 다양한 운용 제도 개선해야"

▲ 정춘숙 더불어민주당·채이배 바른미래당·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경실련·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달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 이사 연임이 좌절되며 조명을 받은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 운용의 내실화를 위해 주주총회 이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수탁자책임위원회가 개최되고 그 활동이 준칙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채이배 바른미래당·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경실련·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 부회장(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먼저 올해 주총에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수탁위) 운용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수탁위는 주요 상장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내역을 사전 공시하기로 했고 수탁위가 결론 내리지 못한 의결권 행사 관련 사안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검토해야 함에도 해당 기업 주총 이틀 전에야 관련 수탁위가 개최되는 등 시간이 촉박했다"며 "향후에는 주총 최소 1주일 전에는 관련 수탁위가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부분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자체 결정한 국민연금이 현대엘리베이터 및 대한항공의 이사연임 안건 등 정치적으로 부담되는 일부 안건에 대해서만 수탁위 자문을 구한 것은 의결권 행사 결정의 책임을 미룬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국민연금 내부 결정 안건과 수탁위 자문 요청 안건을 구분할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이사 선임 안건에 기권하고 독립성 훼손 논란이 있는 삼성전자 박재완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하는 등 모호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기준도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사들이 충실의무를 위반하고 대주주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복무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 국민연금이 이사회 구성·운영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및 사외이사 추천 인력풀(pool)을 마련하고 2020년부터 사외이사 추천 등을 시행해야 한다"며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를 신속히 추진하는 한편 기업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중점기업 명단 공개(Focus Listing)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장기적 대안을 제시하고 우호적 대화를 원칙으로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주주권 행사는 단기 투자수익만을 극대화하는 전통적·적대적 주주행동주의와 다르다"며 "국민연금은 특정 기업·산업이 아닌 전반적인 국민경제의 성과와 연동되는 자본시장 전체의 주주, 곧 '유니버설 오너(Universal Owner)'로서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적 연금의 위탁운용사 성과평가 대상기간 장기화·금융감독원의 예탁자산 회전율수준 평가 도입·금융상품 수수료 체계 개편 등으로 장기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며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제약하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5%룰(5% 이상 주식 보유시 변동 사항을 보고하도록 하는 공시제도) 및 경영참여에 대한 과도한 확대해석을 완화하고 의결권자문업 인가 관련 독립성 및 전문성 요건을 엄격히 해 스튜어드십 코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 기금운용본부장, 수탁자책임위원회 등 관계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상의 난맥상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룰북(규정)에 의한 준칙주의를 도입할 것" 주문했다.

이어 "한국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상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더라도 총수 일가의 황제경영과 사익편취를 효과적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다"며 "스튜어드십 코드와 더불어 총수 일가의 임원으로서 보수, 일정 규모 이상의 내부거래, 계열사 간 기업합병 등은 주주총회에서 '비지배주주의 다수의결(Majority of Minority)'로 승인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주총의 핵심 사안이었던 한진그룹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적극적인 추진의사에도 불구하고 하부전문위원회인 수탁위에서는 위원장을 비롯해 반대하는 양상이었다"고 회고한 뒤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의 범위 확대, 공동보유자 요건 완화, 단기매매차익 반환제도 개선, 국민연금 위탁운용 방식 개선 등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이번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선임 부결은 국민연금보다 일반 주주, 특히 외국인 투자가의 반대가 크게 작용했다. 국민연금 제안 안건이 많이 부결되는 등 그 영향력이 많이 크지 않다"며 "한쪽에서는 결정 내용에 대해 '부족하다', 다른 쪽에서는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만들어진 절차와 기준을 지켰고 내부적인 로드맵에 따라 스튜어드십 코드 세부 내용과 절차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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