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출근길,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제법 따스하다. 지하철에 탑승하자 수많은 사람들 틈 사이에서 나지막이 '덥다'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온다. 밀착된 사람들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 화면 속 영상은 제각각이다. 뉴스를 보는 사람, SNS를 하는 사람, 게임을 하는 사람. 그때 눈앞에 교복을 입은 학생의 어깨너머로 한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 무대였다. 내가 시청했다면 '추억'이지만 교복 입은 학생이 시청했으니 '뉴트로' 현상이다.

2019년의 봄은 그렇게 복고(retro)를 새롭게(new) 해석한 뉴트로(New-tro)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젊은 세대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모습에 신선함을 느끼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에 유통업계는 과거에 단종 된 인기 제품을 패키지를 변경해 출시하며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도수는 과거보다 낮아 부드럽지만 두꺼비 그림은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진로(眞露)' 신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롯데제과 역시 사라졌던 '과자 종합선물세트'를 부활시키고 단종 됐던 '사랑방선물 캔디' 등을 재 출시한다. 팔도가 35주년 기념으로 선보인 '괄도네넴띤'의 경우 이름은 소셜 유행어에서 따왔지만 패키지는 뉴트로 스타일을 적용해 '신·구 조화'의 좋은 예로 통한다.

그날 경험한 뉴트로 현상은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사를 앞두고 방문한 대형 가전매장에서 추억의 게임인 버블보블을 체험할 수 있는 대형 디지털 게임기기를 만날 수 있었다. 거실 한 켠에 두고 싶을 정도로 예쁜 LP 턴테이블도 눈에 띄었다. LP만 작동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 스피커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과거와의 차이점이다. 가전제품 매장에서는 이처럼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합쳐진 '디지로그(DIGILOG)' 제품을 통해 뉴트로 트렌드를 느낄 수 있었다.

뉴트로 열풍은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을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하게 한다. 패션과 언어에만 한정돼 있던 '유행'이 식품과 가전을 비롯해 음악, 공연, 전시 등 생활 문화 전반에 퍼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 특히 젊은 세대만이 누리는 것이 아닌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뉴트로는 더욱 특별하다. 시간이 흐르고 뜨거웠던 뉴트로 열풍 또한 곧 식어가겠지만 다가올 새로운 유행 역시 시대와 연령을 초월해 세대 간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강력한 '공감능력'을 갖춘 트렌드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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