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김학성 칼럼] 총장직선제, 이젠 놔줄 때도 됐다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 일간투데이
  • 승인 2019.04.24 12:34
  • 1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구글+
네이버 밴드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폴라
핀터레스트
URL 복사
   
국립대학의 총장(이하, 총장) 선출방법과 관련해 교수들의 일반적 정서는 직선제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 같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총장선출은 임명제에서 교수직선제로 변화됐고,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는 직선제의 폐해가 심하다는 이유로 반강제적으로 간선제를 강요했다.

교육공무원법은 대학에게 직선과 간선 간에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하고 있으나 교육부는 직선을 선택하면 엄청난 불이익을 주겠다고 노골적으로 대학을 겁박했다. 동법시행법령은 간선제선출방법의 구체적 절차와 방법까지 법정하고 있는데 추천위원회의 위원에 교원, 직원, 재학생, 졸업생 등을 각 1명 이상씩 들어가도록 강제하는 등 그 내용은 매우 천박하기까지 하다.

추천위원회의 조직, 구성, 운영절차 등은 대학자율에 맡겨져야 할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시시콜콜 법령으로 간섭하고 있는데, 이런 간섭은 불필요한 것으로 폐지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 교육부도 동일하였는데, 당시 박대통령은 간선으로 선출된 총장에 대해서도 이유 없이 임명을 하지 않아 상당한 기간 동안 여러 대학 총장들을 공석상태로 두는 횡포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이러한 정부정책에 반대해 부산대 교수가 목숨을 끊기도 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총장선출을 대학의 자율문제로 봐 대학에 일임하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 국립대학들이 직선제로의 회귀를 당연시하는듯해, 21세기 대학이 짊어질 과제와 이를 수행해야 하는 총장의 능력과 관련해 많은 우려와 염려가 앞선다.

■ 교수들 '표' 눈치 급급…폐해 만연

교수들이 직선제를 선호하는 것은 민주성 충족에 있으며 대학교육의 주체인 교수들에 의해 총장을 직접 선출하는 것을 대학자율의 일환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년 넘게 직선제를 경험하면서 적지 않은 폐해와 문제점을 인식했다면, 폐해를 그대로 끌어안고 가는 방법을 선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직선 총장의 가장 큰 문제는 직선이 간선보다 더 능력 있는 총장선출을 담보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또 '표'인 교수들의 눈치를 봐야하기에 소신 있는 바람직한 대학경영계획을 세우기 어렵게 된다. 그러다보니 대학은 국가사회가 요구하는 만큼 변화될 수 없고, 혁신은 고사하고 개혁을 통한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필자도 한 때 총장선거후보로 나선 적이 있었는데, 많은 교수를 만나면서 엄청난 시간과 정열을 소비한 기억이 생생하다. 다양하게 얽혀 있는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대학의 객관적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지연과 학연은 능력 있는 후보선출에 적지 않은 장애가 되고 있다.

이렇듯 직선제는 민주성은 충족되지만 지나치게 비생산적이고 낭비적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지니고 있다. 21세기는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이슈가 되는 지식사회이며, 사물 인터넷(IoT), 로봇, 인공지능 등 지식과 산업의 변화가 인류문명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변혁의 전환점'을 바로 목전에 두고 있다.

대학에 대한 혁신요구가 끊임없이 요구되는 이때에 20세기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지나치게 안일하며, 대학이 민주성 확보라는 형식적 담론에 만족해서는 미래와 세계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 단계별 후보검증 거쳐 선출 바람직

필자가 평소 생각한 바람직한 선출방법으로는, 학생들로 하여금 입후보자들의 공약과 정견을 듣고 일정 지지를 얻지 못하는 후보를 일차적으로 걸러내게 한 후, 교수들이 최종 선출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학생들에게도 대학의 장 선택에 최소한의 참여를 허락해 민주성 충족 및 확대에 기여하게하려는 것인데, 반드시 필요한 절차는 아니다. 남은 후보를 대상으로 추천위원회가 격리된 상태에서 여러 단계의 심도 있는 질문과 토론의 형식으로, 3~5일 정도의 기간을 거쳐 단계별로 후보를 떨구면서 최종 당선자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출방법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적지 않은 선진 외국대학들이 이러한 유형의 총장선출방법을 채택 시행하고 있다. 기존의 직선은 물론 간선의 경우에도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매우 불충분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7-8명의 후보를 짧은 시간 안에 검증하다보니 수박 겉핥기식의 질문과 답변으로 결론을 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방법으로는 능력 있는 총장선출이 불가능하다. 문제를 알면서도 고치지 않고 익숙하다고 만족하는 것은 21세기 대한민국 대학이 나가야할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구성원에게 참여권을 보장했으니 그 결과가 어떻든 믿을 수 있고, 믿어야 한다고 해서는 안 된다. 프로의 세계에서 선수가 감독을 선출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프로 야구나 축구에서, 감독을 선거로 뽑는다면 모든 감독은 선수들 연봉을 동일하게 하겠다고 할 것이며, 선수퇴출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할 것이다.

또 선수들은 선수퇴출을 감행할 감독은 절대로 선출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뽑힌 감독의 성적은 불을 보듯 뻔하다. 총장을 상아탑의 수장으로 고고한 선비로 여기는 시대가 아니라면, 총장선출 역시 프로세계와 다르지 않다.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