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공공전용회선 담합 지적…133억원 과징금 부과
금융위 "KT 처벌여부 확정까지 케이뱅크 지분확대 심사 중단"

▲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이동통신사들이 수년간 1천600억원대에 이르는 정부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황창규 KT 회장. 사진=KT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이동통신사들이 수년간 1천600억원대에 이르는 정부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이중 사실상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KT는 가장 엄중한 검찰 고발 조치가 이뤄져 금융당국이 KT의 케이뱅크에 대한 지분확대 심사를 처벌 확정시까지 유보했다. 많은 논란 끝에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시행으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확대의 길이 열렸지만 과거의 불공정 행위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 3사와 세종텔레콤이 공공분야 전용회선 사업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33억2천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KT는 검찰 고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2015년 4월~2017년 6월 공공기관들이 발주한 12건의 공공분야 전용회선사업 입찰에서 일부러 참여하지 않거나 참가는 하되 막판에 빠지는 '들러리'를 서는 등의 방식으로 한 업체가 낙찰받도록 도와준 것으로 드러났다.

전용회선이란 전용계약에 의해 가입자가 원하는 특정 지점을 연결하고 그 가입자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신회선으로, 공공기관들이 안정적인 통신 연결을 위해 사용한다.

단적으로 2015년 4월 공고된 행정안전부의 '국가정보통신망 백본회선 구축사업'에서는 KT가 낙찰을 받았는데 이때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불참했고 세종텔레콤은 들러리를 섰다. 같은 달 2개 분야에서 진행된 '국가정보통신망 국제인터넷회선 구축사업'에서는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각각 낙찰받는 대신 KT가 들러리를 섰다. 그해 6월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반망 회선사업자 선정 용역'에선 KT가 낙찰받는 대신 세종텔레콤이 들러리를 섰으며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는 불참했다.

입찰에서 경쟁이 되지 않으니 수의계약으로 전환됐고 사업을 따낸 업체는 100% 가까운 높은 낙찰률로 사업권을 얻을 수 있었다. 국가정보통신망 백본회선 구축사업은 2015년 KT가 낙찰받을 때 낙찰가율이 100.7%에 달했으나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인 작년에는 62.2%로 떨어졌다. 기상청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전용회선 사업도 2015년 KT가 89.1%의 낙찰가율로 사업을 따냈으나 올해 3월 다시 입찰이 이뤄졌을 때는 낙찰가율이 60%로 낮아졌다.

낙찰가율의 차이만큼 국민 세금이 이들 담합 업체들의 주머니에 들어간 셈이다. 낙찰받은 업체는 낙찰을 도와준 업체들에 회선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하고서 쓰지도 않으면서 회선이용료를 지급하는 식으로 그 대가를 지불했다. 공정위 조사에서 5건의 입찰에서 낙찰자는 들러리 등에게 실제로 회선을 빌려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총 132억원의 회선이용료를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담합 대가를 2개 이상 회사에 동시에 줬다가 들통날 것이 두려워선지 낙찰받은 업체는 임차할 회선 물량을 다른 업체에서 빌리고 그 업체가 다시 다른 업체의 회선을 빌리기는 식으로 이익을 공유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국가정보통신망 백본회선 구축사업을 낙찰받은 KT는 LG유플러스하고만 회선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고 LG유플러스는 SK브로드밴드와 다시 임차계약을 맺어 담합 대가를 나눠 가졌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KT가 57억4천3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LG유플러스가 38억9천500만원, SK브로드밴드는 32억7천200만원, 세종텔레콤은 4억1천700만원 등 순이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에서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KT가 주도한 것으로 보고 가장 강한 처분인 검찰 고발을 단행했다. 공공분야 전용회선 시장 시장 점유율은 KT가 38%로 가장 높고 LG유플러스는 25%, SK브로드밴드는 16%다. 세종텔레콤은 가담한 입찰이 2건으로 적고 대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등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중하지 않은 점 등이 감안됐다.

이통 3사는 이들 사업이 3년 단위로 사업자가 바뀌면서 계속 요금이 내려가는 추세인 데다 기존 설비가 매몰 비용으로 회수 불가능하게 되고 철거비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담합 혐의로 검찰에 고발됨에 따라 KT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기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KT는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 최근 금융위원회에 '한도초과 보유주주 승인 심사' 신청을 했으나 금융위는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겠다며 심사를 중단한 상태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검찰 고발에 따른 법적 절차 준비에 노력할 예정"이라며 "(금융위의 심사 중단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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