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지역 대립과 논란이 또다시 증폭될 조짐이다. 최근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부산·울산·경남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검증단에서 결론을 내리면서 정치권과 정부, 대구·경북지역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 가덕도를 신공항 입지로 내세운 부산·울산·경남과 경남 밀양을 요구한 대구·경북이 극심한 지역 갈등을 빚다 3년 전 프랑스 전문 업체의 조언으로 김해공항 확장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는데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김해신공항을 결정하면서 끝난 것처럼 보였던 이 문제는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부산에서 논란이 재점화 했다.

3년 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 당시 국토교통부가 영남 지역 항공 수요를 축소하고, 소음 피해 가구를 실제보다 적게 평가하는 등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업 타당성을 조사했다는 게 부·울·경 중심 검증단의 주장이다. 국토부는 검증단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김해 신공항 확장은 영남 지역 5개 지자체 합의와 외국 전문 기관 검토를 거쳐 결정한 사안임을 확기, 동남권 신공항을 재검토하게 될 경우 극심한 지역감정 갈등이 불거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검증단은 “국토부가 아니라 국무총리실에서 동남권 관문 공항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총리실에서의 결정 여부를 떠나 동남권 신공항 건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동남권 신공항은 엄청난 세금이 투입돼야 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지역이기주의가 작용한 정치적 요인으로 결정될 순 없다. 부·울·경이 주장하는 가덕도나, 대구·경북이 이를 극력 반대하면서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야 한다는 논리는 모두 나름의 합리적 타당성을 갖는다. 김해공항 확장의 대안이 정치적 타협의 결과인 것 또한 사실이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내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PK(부산·경남) 지역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과거 정부의 결정을 뒤집으려고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 2월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의 뜻이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면 총리실 차원에서 검증하겠다"고 천명, 김해 신공항 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하튼 국책사업이 여론에 휘둘리고 지역 대결을 부추겨서는 곤란하다. 이미 결론 난 사안을 정부 차원에서 재검증하려면 명백한 문제점 노출과 합리적 대안 마련이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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