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내우외환에 직면해 있다. 한반도 주변 격랑의 국제정세와 여전히 경색된 남북관계, 특히 경제 현황은 위기감이 고조돼 있다. 북·중·러, 중·일, 미·일 간 '밀월 관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외교는 '고립'이 우려될 정도다. 경제는 또 어떠한가. 내수와 수출 등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인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현실은 아니다.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패스트트랙 발동을 놓고 여야 4당에 맞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충돌하고 있다. 불법과 반칙, 고성이 오가고 있다. 헌정체제의 보루이자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빚어진 일이다. '동물국회'라는 비아냥마저 받고 있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복기(復碁)해보자. 한국정치 선진화와 제대로 된 민의 수렴을 위해선 선거제도 개혁이 요청되고 있다. 현행 국회의원 선출 소선거구제(1선거구 1인 선출)는 오직 1위만 살아남는 승자 독식이 판을 쳐, 표의 등가성(等價性) 확보가 긴요한 것이다. 정당에 대한 시민의 선호도가 그 정당의 국회의원 점유비(比)로 최대한 그대로 연결되는 선거제를 해줘야 국민을 제대로 대의하는 것이다. 

■'표의 등가성'선거제 개혁 마땅

이런 공통된 문제 인식의 기반 위에서 여야는 지난해 12월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하는 등 선거제도 개혁에 전격 합의한 바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선거제 개혁 촉구를 위한 열흘간의 단식농성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안을 2019년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국회법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되는 것이 원칙이고 상식이다. 그것이 의회정치의 본질이다. 여야가 합의한 정치일정을 한국당이 거부하고 후속조치까지 물리력으로 막아서는 것은 옳지 못하다. 물론 반대할 수 있다. 반대한다면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표결 때 당당하게 행동에 나서면 될 일이다. 2012년부터 시행돼온 국회선진화법의 역류가 안타깝다.

정치가 편파적이어선 안 된다. 정치의 혜택이 고루 미쳐야 한다. '자치통감(自治通鑑)'을 지은 북송 때의 학자 사마광의 말은 정치의 본령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일러주고 있다. "정치는 바르다는 의미이다. 정사를 처리하는 원칙에는 공정함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政者正也 爲政之道 莫若至公)." 

사정이 이런데도 끝까지 몸으로 막겠다고 나선 한국당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바른미래당 문제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하고 추진키로 했다면 그것이 당의 방향이고 동시에 책무이다. 여기서도 특정 의원의 유불리가 있을 수 있으며 합의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반대한다고 해서 여야 4당이 합의한 후속 일정 자체를 무산시키거나 이를 막아서는 언행은 적절치 못하다. 개별 의원의 입장이 당과 충돌할 때 당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당인으로서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뺀 공수처법은 '개악'

물론 공수처 설치 법안은 본래 취지를 살려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 공수처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당초 공수처 법안은 대통령 친·인척과 장·차관,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를 바로잡는 취지로 추진됐다. 그런데 국회의원과 현직 장성, 금융감독원 임직원, 공직자의 형제자매가 빠지는 등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 범위가 크게 축소됐다. 공수처의 기소권을 판사, 검사, 경찰 경무관급 이상에 한해서만 행사할 수 있게 규정했다. 부패 척결 의지가 있는 지 의문을 품게 한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에 대해선 '이해충돌 방지 조항'에서 벗어나고 있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번뿐만 아니다.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2016년 9월 시행됐지만 반드시 포함돼야 할 국회의원을 비롯해 특별법으로 부정부패를 처벌할 정도로 공공성이 강조된 민간영역의 직군인 '금융 및 보험' '건설' '변호사' 등도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입법권의 자의적 적용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법은 언제나 개정 대상이지만, 정치관계법 개정 방향은 시대를 초월해 뚜렷하다. 정치는 바로 공동선에 기여하도록 틀을 바로잡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과 공직자는 물론 일반국민의 동참이 요청된다. 그래서 법과 정의가 살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정략적 속내'가 드러나 보이는 '좁쌀정치'말고, 국민과 미래를 위한 '큰 정치'를 해야 한다.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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