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전자가 그동안 약세였던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았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에 73조원, 생산시설 확충에 60조원, 도합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천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30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릴 예정인 EUV(극자외선 노광) 7나노 공정 제품 출하식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재판 이후 국내 활동에 신중한 행보를 보였던 이재용 부회장도 모습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달 초 파운드리 부문에서 5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이번달 중으로 7나노 제품을 출하한 뒤 연내에 6나노 공정 기반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포부다. 7나노 제품 출하일정을 이번달로 당기며 EUV 미세공정에서 파운드리 업계 절반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만 TSMC 추격에 박차를 가한다는 복안이다.

때마침 정부도 적극적인 정책 지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이 글로벌 수요 감소와 제품 가격 급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안정적인 미래 수익 기반을 마련하고자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안이 확대 해석됐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를 키워야 한다'는 얘기는 최소 20년은 된다"며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47조원 정도를 투자했고 작년에는 반도체 설비에만 25조원을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 중에 절반 이상은 또 메모리에 투자될 것"이라며 "매년 공채 채용 인원이 1만명에 육박하는데 10년간 (비메모리 전문 인력) 1만5천명 뽑겠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싶다. 비전 2030에 있는 숫자들이 특별하게 보이진 않는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1분기 성장률 '어닝 쇼크'로 우리 국가 경제와 삼성전자 모두 과도한 메모리 쏠림의 폐해를 절감했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그럴듯한 수치의 대규모 투자안으로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고자 하지 말고 이번엔 제대로 비메모리 산업 육성에 확고한 기틀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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