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부 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오전에 행복주택 서류심사 합격자 통보 문자 받았는데 결국 떨어졌습니다. 공기관이 일 처리를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행복주택 서류심사 합격자 발표 당일인 지난 26일 합격자가 7시간 만에 뒤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공고 주관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불합격자에게 합격 문자를 잘못 발송하고 일부 합격자들은 누락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탓이다. 이번 행복주택 모집에 1만2천여명이 청약 접수한 중대한 일인 만큼, 피해자들에게 납득할만한 진위 답변이 요청된다.

이날 10시 합격 통보를 받은 예비청약자들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합격 소식을 전하며 행복한 미래 설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SH공사가 11시쯤 발표 결과에 오류가 있다며 재통보 문자를 보낸 시점부터다. 이때부터 청약자들은 공공임대아파트 커뮤니티와 SH공사 홈페이지를 수차례 번갈아 들어가며 온종일 불안함에 떨어야 했다.

이후 SH공사는 오후 5시께 서류심사 합격자 959명을 포함한 총 5천394명에게 합격 사실을 통보하고 당초 문자를 잘못 받은 931명에게는 대상자 제외 사실을 알렸다. 적어도 당첨자는 번복되지 않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헛된 희망이었다. 서류심사 대상자를 3배수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탈락자들이 명단에 들어가면서 정작 대상자로 선정된 959명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대상자 6명 중 1명꼴로 대상자와 탈락자의 운명이 바뀌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SH공사는 대상자 선정을 위한 추첨은 오류 없이 진행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SH공사가 이날 공사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을 보면 해명하는 데 상당히 할애했음을 알 수 있다. 사과문 총 971자 중 사과 및 재발 방지에 대한 부분은 280자, 재발 방지 부분을 제외하면 173자에 그친다. 있어서는 안 될 오류가 몇 줄 되지 않는 짧은 사과글로 무마될 리 없다.

일각에선 특정인을 리스트에 넣기 위해 일부 인원을 재추첨하거나 바꿔치지 한 거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진정한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의혹만 더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근거 없는 낭설이라 해도 피해자 입장에서 충분히 제기할만한 합리적인 의심이다. 자체적으로 당첨자 선정 방법을 공개하는 등 투명한 절차가 요구된다. 또다시 무주택자를 희망 고문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