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심각한 경제 위기)이 몰아닥치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해 온 소득주도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로 돌아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설상가상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또 추가됐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국제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유와 휘발유 가격은 11주째로 오르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다. 백악관은 지난 22일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 등 8개국에 대한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예외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의존도는 10%를 넘는다. 이번 조치의 목적은 이란의 돈줄을 끊어 이란이 미국과 새로운 핵 폐기 협정에 서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정학적 불안 가능성이다. 정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유 수출길이 막히는 이란이 그냥 있을 리 없다. 실제 이란은 미국의 조치 발표 직후 아시아로 가는 원유 물동량의 5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의 이번 제재는 석유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유가는 올라갈 것이고 베네수엘라 등에 대한 추가 봉쇄가 나올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일각에선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 무엇보다 유가 오름세는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다. 이란에 대한 수출과 건설 수주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는 산유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비상등이 켜진 상태라고 봐야 한다. 실제로 80달러가 지속되면 국내 기업 매출 감소와 생산비용 상승 영향에 따른 투자 하락은 시간문제다. 긍정과 부정의 효과가 혼재돼 아직은 버틸 만할지 모른다. 그러나 효과가 비교적 중립적이라는 낙관론은 한순간에 비관론으로 갈아탈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 폭 감소, 기업 채산성 악화, 물가오름세 등 고유가의 부작용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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