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법포럼, 1일 창립총회 갖고 기념 세미나 진행
"대기업엔 단품거래도 가능…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많아"

▲ 하서정 변호사(법무법인 청린)가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 5층 정의실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법포럼' 창립 총회 기념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중소벤처기업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유통사들과 기업용 라이센스 계약(EA·Enterprise Agreement)을 체결하면서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의 위험 때문에 필요 이상의 제품 구매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단 돈 몇 천 만원이 아쉬운 중소기업의 비용 절감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 제품 강매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서정 변호사(법무법인 청린)는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 5층 정의실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법포럼' 창립 총회 기념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중소벤처기업법포럼은 기존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에서 소외된 중소벤처기업들에 실질적인 법률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법률가들이 관련 법제를 연구하는 모임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하 변호사는 "현재 다수의 중소 벤처기업들은 MS 프로그램 유통사들과 MS 최신 제품들을 3년 단위로 사용할 수 있는 볼륨 라이센스 계약인 EA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EA계약에는 (기업측에서) 불필요한 부분 등 사용하지 않는 제품도 포함돼 있으나 선택할 수 없고 컴퓨터 대당 견적 외에는 제공 서비스 및 제품별 견적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현 실태를 꼬집었다. 문제는 MS 유통사들이 교섭력이 큰 대기업에게는 공정거래법상 '끼워팔기' 의심이 가는 이런 거래 행태를 보이지 않고 단품거래도 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에게 차별적으로 과중한 비용 부담이 부과된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법포럼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 5층 정의실에서 창립 총회를 갖고 기념 세미나를 진행했다. 행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법포럼

하 변호사는 "대부분의 중소벤처기업의 경영인, 변호사, IT전산 관리자, 계약 담당자가 이런 계약 내용을 정확히 모르고 저렴한 다른 대안이 없어서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신 MS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없는 기업들까지 3년마다 EA계약을 갱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벤처기업들이 자체 필요 이상의 최신 MS제품으로 EA계약을 갱신하는 주된 이유는 소송의 위험이다. 하 변호사는 "실제로 MS 유통사와 EA계약을 해지하는 문제로 상담하는 과정에서 그 담당자가 '(회사 소속) 직원들이 무심코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으니 EA계약하고 불법 소프트웨어 리뷰(단속) 안 받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라며 "기업에 따라서 필요 없는 EA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연 3천만원에서 5천만원, 3년간 1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 EA계약을 그만 두지 못하는 이유가 소프트웨어 리뷰에 시달릴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불법 소프트웨어는 근절돼야 하지만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이 협박으로 작용해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스타트업들이 피해봐서는 안 된다"며 "EA계약 과정에 법률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불공정한 기존 약관 내용을 수정하도록 하는 한편 공정거래위 제소, 손해배상 청구 등의 방법을 통해 중소 스타트업 피해 구제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세미나에서 조원희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는 "지난 2년간의 법률 자문 경험을 살펴봤을 때 스타트업 분야는 성장 가능성이 큰데 반해 전문 로펌/변호사 수가 적은 블루 오션"이라며 "초기 2~3년은 재무구조상 수익이 크지 않지만 일반 송무와 비교해 시장 수요자 타겟팅이 가능하고 투자를 통해 법률 자문료 이외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만큼 '같이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인내를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을 조언했다.

김승환 변호사(법무법인 예율)은 "스타트업들은 공모전이나 데모데이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홍보해야 하기 때문에 노출의 위험도 크다"며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등 산업재산권 등록을 제품 개발부터 추진하되 그것이 힘든 경우 특허청 영업비밀보호센터 '원본증명서비스' 등록을 하고 침해가 발생한 뒤에는 특허청 부정경쟁행위 신고센터 신고, 민사침해소송, 형사 고소 등을 적극 활용해 권리를 보호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연 변호사(법무법인 로베리·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기술보호법무지원단 위원)는 "중소기업에서 영업비밀침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면 승소율이 낮다"며 "이는 중소기업의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노력 부재'로 부정경쟁방지법 상 영업비밀침해의 요건인 '비밀관리성'이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승소하더라도 피해 회복에는 부족한 만큼 중소기업인들이 평소에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법률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그 밖에 허왕 변호사(법무법인 윈스)는 사기죄 구성에 있어서 대여금과 투자금 구별, 업무상 횡령 배임, 고용 및 비용지출 유연화 방안 등 중소기업인들이 경영환경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법률적 쟁점을 다뤘다.

한편 포럼은 향후 정회원 중심의 월 1회 정기 세미나, 스타트업·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 등 관련 단체와 미디어가 참여하는 분기 1회 정기 포럼, 타 학회·국회 등과 연계된 반기 1회 학술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분기 1회 학회 활동을 담은 뉴스레터, 정기 세미나·포럼·학술대회 자료를 실은 반기 1회 학회지도 발간할 계획이다.

이날 포럼의 대표로 선임된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포럼의 다양한 연구 활동을 통해 회원들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과의 교류·협력을 적극 추진해 중소벤처기업의 활성화, 국가 경제의 발전을 추구하고자 한다"며 "법조 경력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중소벤처기업법 발전에 뜻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조직을 만들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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