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국회가 '대의 민주주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는 초유의 마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모든 정치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고 각 정파의 지도부는 제 역할을 외면하는 등 '의사결정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붕괴됐다고 할 수 있다. 참으로 개탄스런 정치 현실이자 국민 분노를 부르는 정치인들의 '배임 행위'이다.

선거제·검찰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4당 대(對) 자유한국당의 극한대치로 4월 임시국회가 이번에도 '빈 손 국회'로 남게 됐다. 4월 임시국회는 7일 회기 종료를 맞는다.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인사청문회와 4·3 보궐선거 등을 거치며 극한의 대립을 펼쳤던 여야는 4월 국회 의사일정을 잡기 위해 몇 차례 마주하기는 했지만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저 으르렁대기 바빴다.

이런 와중에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여야는 몸싸움으로 충돌했고 '동물국회'라는 오명 속에 4월 국회는 개회식도 열지 못한 채 문을 닫게 됐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비준동의안과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 '임세원법(의료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며 그나마 체면치레는 했던 3월 국회보다도 후퇴한 모습이다.

이에 5월 임시국회를 추진 중인 여야 4당은 패스트트랙 처리에 반발하며 거리로 나간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하고 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패스트트랙 후속대책 논의를 위한 비공개 회동을 갖고 '패스트트랙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4당 공조의 중심축인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를 줄이고 민생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6조 7천억원 규모로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5월 중 국회 통과가 시급한 과제다.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이라는 말처럼 제때 추경이 집행되지 않을 경우 그 효과를 상당 부분 상실할 수 있다는 게 우려를 사고 있다.

장외투쟁 중인 한국당의 원내 복귀와 국회 정상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장외투쟁에 집단삭발까지 하는 등 민주당의 바람과는 반대로 대여(對與)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는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와 민주당의 사과 등 여야 4당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 간 긴밀한 대화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여야 간 쟁점이 있는 건 당연지사이지만, 생산적 토론과 타협을 통해 이러한 사안들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수렴하고 녹여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 국회의 본령 회복이 절실하다. 한반도 안보와 민생난이 보여주듯 어느 부문이든 안심할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잖은가.

내외 여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여야 모두 소아병적 당략만을 고집하는 건 민의의 중심인 국회 본령을 내던지는 행위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정치권이 대결의 악습을 재연하면 위기 극복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당리당략을 떠나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권이 되길 촉구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