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 기술 도입따라
고객대면·단순 사무 등
정형화된 직무 중심으로
금융일자리 감소 불가피

▲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정의당·비례대표) 의원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공동으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입법조사처 회의실에서 '핀테크 산업 확대와 사회적 대응 전략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핀테크 활성화로 전통적 금융 산업의 변화, 일자리와 소득의 불안정성과 격차 심화 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자본편향적 금융혁신이 아닌 고용의 질 개선이 가능하도록 개별 기업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노사정 대화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정의당·비례대표) 의원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공동으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입법조사처 회의실에서 '핀테크 산업 확대와 사회적 대응 전략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황기돈 나은내일연구원장(경제사회노동위원회 금융산업발전위원회 공익위원)은 "스마트폰 하나로 은행, 보험, 증권 등이 모두 가능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핀테크라는 미래가 이미 우리 곁에 많이 와 있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금융회사들이 핀테크를 주도하면서 디지털 금융 상품과 판매 과정을 개선함으로써 기존 금융의 '조력자(Enabler)' 수준이지만 해외에서는 IT회사들이 핀테크를 주도하면서 기존 금융 서비스를 자신들의 플랫폼에 맞게 해체·재편하는 '파괴자(Disrupter)' 역할을 수행하면서 금융업이 애플, 아마존, 구글 등 IT 회사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핀테크 활성화로 고객대면, 단순사무, 데이터 수작업, 심사 등 정형화된 직무, 중간 수준의 숙련직업을 중심으로 금융 일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창의성, 전문성, 사회적 소통능력 등이 결합된 자리는 늘어나지만 전반적으로 일자리는 감소할 것"이라며 "디지털 플랫폼의 활성화로 일자리가 늘어나도 우리나라에서 수 십 년째 해결되고 있지 않는 특수고용 노동자 중심이어서 이 문제는 확대·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금융 노동자들과 인터뷰를 해 본 결과 노동자들은 핀테크 활성화에 따른 경력관리의 해체, 직업전망의 상실, 직업훈련과 직무전환의 갭 등을 걱정하고 있다"며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거시 경제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촉진할 필요가 있지만 각종 기회와 위험은 노동 및 사회정책적 개입을 통해 공정히 배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현장 조사와 통계 등을 통해 현 실태를 파악한 뒤 단기·중기·장기 계획을 세워 금융정책, 개인정보, 직업훈련정책 등 다른 정책과 연계해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성과 격차 확대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정청천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연구위원은 독일·미국·일본 노동계의 핀테크에 대한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이들 나라 노동조합은 핀테크 기술 도입이 금융 산업 일자리의 양과 질에 변화를 불러 올 것으로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나라별로 자국내 노사관계 체제에 맞춰 다른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독일은 오랜 산업별 노조 체제와 사회적 대화의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별·기업별 영역으로 세분화된 전략과 실천 과제를 제시한 반면 미국과 일본은 총연맹 차원에서 4차산업혁명 대응 전략을 마련하거나 플랫폼 노동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승일 사무금융노조 정책연구소장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10 여 년간의 금융 인력 추이를 보면 정규직은 줄어드는 반면 시장경쟁이 강화되면서 부가적인 일자리들이 늘어나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며 "독일의 '금융산업 노동4.0'을 참고해 자본편향적 금융혁신이 아니라 금융산업의 디지털화와 함께 고용의 질 개선을 이룰 수 있도록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닌 산업차원에서 노사정 논의를 통해 사회적 협약 및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현도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장은 "핀테크는 영국처럼 전통 금융 강국들이 기존 경쟁력을 강화하기도 하지만 중국처럼 금융 후진국들이 ICT를 이용해 국가 순위를 바꾸고 있다"며 "페이스북이 인도에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하는 등 고객접점이 큰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이 금융업에 진입하면서 개별 국가 단위에서 규제로 막을 수 없는 것 같다. 핀테크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한편 관련 일자리 전직 교육 훈련을 위한 예산 확보 등을 재정당국과 협의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5년 동안 은행, 생보, 손보, 증권, 카드 등 5대 금융권의 당기 순이익이 어림잡아 세배 이상 확대됐지만 피고용자 규모는 거꾸로 감소해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우리 금융산업에서 '흑자 구조조정'이란 말이 낯설지 않다"며 "이러한 금융산업 고용 감소 압력을 더 이상 개별 사업장의 교섭에 방치할 것이 아니라 현상의 저변을 지배하는 근본 원인을 확인하고 노동계와 정부, 그리고 기업이 함께 필요한 대응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추혜선 의원은 "경제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미래) 산업전망만 크게 세워놓고 구조 변화를 부드럽게 대응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것 같다"며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사회 대응을 위한) 광범위한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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