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태 삼국유사연구원장·문학박사
■'부모은중경'의 불교 효행 의미
한국불교에서 보이는 공안(公案)의 선불교는 도교의 수행과 은둔적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용어도 불교의 고유사상이라기 보다는 도교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유교와 혼합된 것으로 효를 중시하는 모습이다.
이와 같은 효 개념은 일연의 '삼국유사'에 역사서임에도 불구하고 효선편에는 5편의 글이 소개되고 있다. 진정사효선쌍미(眞定師孝善雙美), 대성효이세부모(大成孝二世父母), 향득사지할고공친(向得師知割股供親), 손순매아(孫順埋兒), 빈녀양모(貧女養母) 등이 별도로 편집하고 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 열전에도 효행과 관련해 향득(向得), 성각(聖覺), 효녀 지은(孝女 知恩) 등이 수록돼 있다.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출발한 조선에서 불교는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부모은중경을 중시하는 신앙으로 받아들였다.
부모은중경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만들어졌다. 첫째는 낳아서 길러주시는 부모님의 은혜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고, 둘째는 그렇게 기른 자식이 부모에게 불효하는 부분을 기록하는 부분이고, 셋째는 부모의 은혜를 갚는 방법에 관한 부분이다.
부모님 은혜를 갚고자 하거든 부모를 위해 경전을 펴내라고 가르친다. 사람들이 경을 만든 공덕으로 모든 부처님들이 항상 오셔서 그 사람을 옹호해 그의 부모로 하여금 하늘세계에 태어나서 모든 쾌락을 받고 지옥의 고통을 영원히 여의게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보은의 구체적 방법으로 '정토삼부경'에서 왕생극락하기 위해선 부모에 효도하고 공양하며 스승과 어른을 섬기고, 받들 것을 가르치고 있다.
■ 윤회를 안다면 인연의 소중함 알것
중품하생하는 이란 선량한 이가 부모에게 효도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인자하게 행세하는 사람이다. 극락세계에 왕생하고자 하는 이는 마땅히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과 어른을 받들어 섬기며 자비한 마음으로 살생하지 말고 지성으로 십선업을 닦는 것이다. 중생이 고통받는 것은 전생에 오역죄와 불효에 있다고 본다. 부모의 은혜를 갚는 것은 부모은중경의 유포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부모은중경은 1378년에 간행됐다. 조선시대에는 이 경전이 다른 경전에 비해 가장 많이 간행됐는데 그것은 이 경전의 내용이 유교 덕목과 관련 있는 효이기 때문이다.
윤회는 돌고 도는 것이다. 말 그대로 바퀴가 돌 듯 지금의 인간관계가 전생 혹은 내생에 어떤 인연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전생에 부부, 부자, 형제, 자매일 수 있다. 지금의 인연만 생각한다면 갑질을 할 수 있지만 인과 법칙과 윤회를 안다면 그럴 수 없다. 한 번 죽음으로 과거와 단절이 아니라 순환한다는 불교를 생각한다면 오늘 이 순간 만남의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닫게 된다. 전생부터 현생, 내생으로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 삼라만상 인연의 소중함이여! / 장정태 삼국유사연구원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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