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태 삼국유사연구원장·문학박사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을 기린다. 부처님오신 날도 있다. 불교는 석존에 의해 탄생됐다. 석존은 히말라야 신록의 카필라바스투를 수도로 하는 석가족의 왕자로 태어났다. 29세 때 인생의 고뇌로부터 해탈을 구해서 출가했다. 6년 고행 후 35세에 마가다국 가야성 교외(현재 보드가야) 보리수 아래에서 선정에 들어 번뇌가 일어나는 원인과 극복에 관한 연기 이치를 깨달아 석존이 됐다.

석존에 의해 창조되는 초기 모습은 힌두교에 대한 반발과 석존의 깨달음이 어우러져 나름의 독특성을 지니게 된다. 불교는 아소카 대왕 이후 넓은 지역으로 포교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티벳, 몽골과 중국을 거쳐 전파된 한국 불교는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된다. 중국 도교와 유교를 만나 중국화 된 불교가 전파됐다.

■'부모은중경'의 불교 효행 의미

한국불교에서 보이는 공안(公案)의 선불교는 도교의 수행과 은둔적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용어도 불교의 고유사상이라기 보다는 도교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유교와 혼합된 것으로 효를 중시하는 모습이다.

이와 같은 효 개념은 일연의 '삼국유사'에 역사서임에도 불구하고 효선편에는 5편의 글이 소개되고 있다. 진정사효선쌍미(眞定師孝善雙美), 대성효이세부모(大成孝二世父母), 향득사지할고공친(向得師知割股供親), 손순매아(孫順埋兒), 빈녀양모(貧女養母) 등이 별도로 편집하고 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 열전에도 효행과 관련해 향득(向得), 성각(聖覺), 효녀 지은(孝女 知恩) 등이 수록돼 있다.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출발한 조선에서 불교는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부모은중경을 중시하는 신앙으로 받아들였다.

부모은중경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만들어졌다. 첫째는 낳아서 길러주시는 부모님의 은혜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고, 둘째는 그렇게 기른 자식이 부모에게 불효하는 부분을 기록하는 부분이고, 셋째는 부모의 은혜를 갚는 방법에 관한 부분이다.

이 경의 주된 내용은 효, 특히 불교적인 효를 가장 간절하고 구체적으로 서술한 것이 특색이다. 부모은혜에 대해 갚아야 할 은혜로서 '뺏속에 품고 지켜주신 은혜'에서 끝까지 사랑해 주신 은혜까지 모두 열 가지요, 은혜를 갚는 방법으로서 이 경을 베껴 쓰는 사경에서부터 '보시의 공덕'까지 모두 여섯 가지를 열거하고 있다. 이러한 효행을 통해 살아 계신 부모를 편안하고 즐겁게 모시고 사후에는 왕생극락, 다시는 생사의 길에 들지 않게 도와드리는 것을 불교에서 주장하는 효의 완성으로 가르치고 있다.

부모님 은혜를 갚고자 하거든 부모를 위해 경전을 펴내라고 가르친다. 사람들이 경을 만든 공덕으로 모든 부처님들이 항상 오셔서 그 사람을 옹호해 그의 부모로 하여금 하늘세계에 태어나서 모든 쾌락을 받고 지옥의 고통을 영원히 여의게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보은의 구체적 방법으로 '정토삼부경'에서 왕생극락하기 위해선 부모에 효도하고 공양하며 스승과 어른을 섬기고, 받들 것을 가르치고 있다.

■ 윤회를 안다면 인연의 소중함 알것

중품하생하는 이란 선량한 이가 부모에게 효도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인자하게 행세하는 사람이다. 극락세계에 왕생하고자 하는 이는 마땅히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과 어른을 받들어 섬기며 자비한 마음으로 살생하지 말고 지성으로 십선업을 닦는 것이다. 중생이 고통받는 것은 전생에 오역죄와 불효에 있다고 본다. 부모의 은혜를 갚는 것은 부모은중경의 유포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부모은중경은 1378년에 간행됐다. 조선시대에는 이 경전이 다른 경전에 비해 가장 많이 간행됐는데 그것은 이 경전의 내용이 유교 덕목과 관련 있는 효이기 때문이다.

윤회는 돌고 도는 것이다. 말 그대로 바퀴가 돌 듯 지금의 인간관계가 전생 혹은 내생에 어떤 인연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전생에 부부, 부자, 형제, 자매일 수 있다. 지금의 인연만 생각한다면 갑질을 할 수 있지만 인과 법칙과 윤회를 안다면 그럴 수 없다. 한 번 죽음으로 과거와 단절이 아니라 순환한다는 불교를 생각한다면 오늘 이 순간 만남의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닫게 된다. 전생부터 현생, 내생으로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 삼라만상 인연의 소중함이여! / 장정태 삼국유사연구원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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