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산업팀 이상우 기자

4대강사업 공사가 한창인 낙동강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A씨는 최근 시름이 늘었다. 급히 가족회의를 소집해 서울에 사는 아들까지 불러 들였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동네 이장이 와서 “나랏양반들이 하는 일인디… 잘 도와 주소”라며 A씨의 농지에 4대강사업 정비 중 나온 준설토를 쌓겠다는 것. 농사밖에 모르는 농군 A씨는 ‘그래도 토질이라는 것이 있는디…’ 생각이 들지만 동네 이장까지 나서 나라일이니 문제없을 것이라고 나서는 통에 참 난감한 상황이다.

좀 배웠다는 아들은 서울에서 달려와 “어떤 흙을 가져다 놓을 줄 모른다”며 “평생 일군 농지를 잃을 수 없다”고 반대하고 나서니 A씨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공사를 진행하는 현장 업체들도 속이 타들어가긴 마찬가지다. 한 업체 관계자는 “준설토를 쌓아놓을 공간이 없어 공사 인근에 임시로 적치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임시방편일 뿐이다”라며 상황을 전했다. 정부에서 분기별로 진행 공정률까지 정해놓은 상황에 갈 길 바쁜 업체도 이 상황을 어찌해야 좋을지 난감하기만 하다.

준설토 적치장 문제는 4대강 사업 이전부터 문제로 지적됐다. 4대강추진본부는 4대강 인근 지자체에 부지 확보를 위한 지침서를 하달하고 부지 확보를 독려했지만,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는 결국 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도 지난해 말 4대강 추진본부 측은 적치장을 1억7000만㎥를 확보했다고 발표하고, 의회까지 보고를 마쳤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계속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해당 지자체 관계자들은 예산 문제와 주민 반발 등으로 준설토 부지 확보가 어려워지자 여러 차례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정부와 4대강 추진본부는 4대강 사업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며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준설토 적치장 확보를 해당 지차체에 강요해 왔다. 결국 부족한 준설토 적치장을 대체하기 위해 농지 리모델링 사업을 한다며 준설토를 인근 농지에 쌓겠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오니토(汚泥土·오염물질이 포함된 더러운 흙)다. 준설과정에서 나오는 오니토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은 없는 상태다.

지난해 말 4대강 추진본부 측은 “(오니토가) 딱히 얼마가 되는지 조사해야 하지만 해당 공사 현장(1차 턴키공구) 건설사들이 제출한 자료에는 오니토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현재 오니토가 얼마나 어떤 구간에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조사하거나 파악을 하는 담당 부서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현재 오니토에 대한 분포와 수량 등 조사 단계 없이 건설사가 해당 구간 설계 시 제출한 자료만 믿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니 당연히 정부차원의 오니토 처리에 대한 지침이나 처리 방법은 아무 대책도 없다.

지침에 따르면 ‘제4조(준설토 처리 주체 및 임무) 항목’에 ‘...생산(적치장에서 선별)·판매·관리, 선별과정에서 발생된 잔토처리 등은 시장·군수가 담당한다’고만 언급돼 있을 뿐이다. 더구나 잔토의 범위에 오니토를 포함하는지 명기하지 않고 모호한 문구로만 표기하고 있어 공사 구간에 있는 해당 지자체에도 준설토 처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농민 A씨의 아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서 농민이 도와야 하는 것이 아니다.

4대강 추진본부가 지자체에 보낸 한부의 지침서 하달로 4대강사업의 준설토 적치장과 관련 문제를 처리하는 동안 농심(農心)은 타들어 가고, 바쁜 건설업체들도 고민이 늘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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