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질문을 던진다. 국가란 무엇인가. 외침을 막아 영토를 보존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 국가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국가 경영을 잘못해 백성을 고통 받게 하는 지도자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예컨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은 일어날 수 없었던 병란이었다. 어리석은 군왕의 통치가 얼마나 국가를 망치고 백성을 고통 받게 하는지 두 재난으로 알 수 있었다.

임진왜란은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군웅할거의 내부 악재를 제거하려는 수단으로 삼았다. 내부 갈등을 밖으로 표출시켜 무장들을 소모하려는 광분이었음에도 기득권에 눈이 먼 조선의 지도층은 이를 대처하지 못해 국토유린과 백성이 도륙당하는 비극을 맞았다.

병자호란 역시 새로운 강자로 부강한 후금의 위력을 모르고 무너지는 명나라에 기대어 후금을 멸시한 식견 좁은 친명 세력들이 불러들인 병란이었다. 백성이 아우성을 치는데 국가는 백성의 외침을 외면하고 국토를 방어할 군비조차 갖추지 않았던 것이다. 역사의 과오는 다시 되풀이 돼선 안 된다.

■사분오열돼 망국…오늘의 교훈

지도층이 모범을 보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절실하다. 누구보다 정치인이다. 여야를 떠나! 정치인들은 여론을 주도한다. 그러하기에 정치인들을 대표적인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라고 한다. 마땅히 각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가 존망(存亡)을 좌우하기도 한다. 위상이 큰 만큼 국민에게 일거수일투족이 비쳐진다. 정치인의 처신이 중요한 이유다.

그럼 정치인의 말에 힘이 실리는 길은 무엇일까. 솔선수범이다. 당연한 말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행위를 본보기로 만들어야 신뢰를 얻어 관리하고 통치할 수 있다. 자신이 바르지 못하면서 남을 바르게 하는 경우는 없다. 공자는 지도자 계강자에게 “군자의 덕은 바람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다(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고 말한 게 잘 보여준다. 바람이 풀에 분다면, 풀은 반드시 바람의 방향에 따라 눕게 될 것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정치인이 모범을 보이면 백성이 모두 그에 따를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민의의 전당’ 국회는 ‘대의 민주주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는 초유의 마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모든 정치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고 각 정파의 지도부는 제 역할을 외면하는 등 ‘의사결정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붕괴됐다고 할 수 있다. 참으로 개탄스런 정치 현실이자 국민 분노를 부르는 정치인들의 ‘배임 행위’이다. 선거제·검찰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4당 대(對) 자유한국당의 극한대치는 이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문희상 국회의장이 전임 국회의장들과 만찬을 하며 “100년 전 구한말 지도자들이 사분오열돼 나라를 빼앗겼는데, 그때와 지금이 다를 것이 없다는 위기감이 엄습해왔다”고 말할 정도다. 트라우마다.

■한반도 정세 격동, 정신 차려야

사실 한반도가 위험하긴 불문가지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지도부는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꿈(中國夢)을 앞세우고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육ㆍ해상 신 실크로드 대전략을 추구 중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내각은 미국의 대 중국 견제전략인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에 기대어 전쟁 수행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향해 착착 나아가고 있다. 아베 내각은 미국과의 ‘신(新)밀월’을 이루면서, 중국과도 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100년 전처럼 한반도 주변정세가 격동하고 있는 것이다. 미·중·일·러가 자국 이익에 따라 민첩하게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수동적 태도로 일관할 때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국제외교에서 주도적인 자세를 취하기 위해선 국민 화합이 긴요하다. 갈등과 반목에선 국익을 챙기기는커녕 강대국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여권부터 시대의 책임을 느끼고 달라져야겠다. 집권층이 열린 마음으로 품는 게 긴요하다. 물론 야당 또한 ‘개혁 저항, 기득권 유지’라는 인상을 주어선 곤란하다. 지도층 모두 정신 바짝 차릴 때다. 무능하고 부패한 조선후기사회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법과 제도 개혁의 청사진인 ‘경세유표(經世遺表)’를 짓겠다는 뜻으로 다산 정약용은 이렇게 외쳤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다. 충신지사가 팔짱만 끼고 방관할 수만 있겠는가(及今不改 其必亡國而後已 斯豈忠信志士 所能袖手而傍觀者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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