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군복 입은 선생님"
10년째 재능기부 이어 온 37사단
옥천대대 '가화리 교육봉사단'

[일간투데이 권혁미 기자]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지역학생에게 학습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민과 함께 하는 자랑스러운 육군' 장병들을 소개한다.

■ 10년째 재능기부 이어 온 37사단 옥천대대 '가화리 교육봉사단'

37사단. 사진=육군
37사단. 사진=육군

37사단 옥천대대에는 10년째 학습 재능기부 봉사를 이어 온 '가화리 교육봉사단'이 있다. 2009년 충북 옥천면 가화리에서 청소년들에게 교육봉사를 해 줄 선생님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부대는 재능기부를 자원한 몇몇 병사들을 구성해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이것이 부대의 전통으로 자리 잡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박세현(23) 병장, 김우진(22) 상병, 송시영(21) 일병이 매주 수·목·금요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가화리 마을회관 공부방에서 지역 중학생들을 위해 교육봉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대학 전공과 특기를 살려 영어, 수학,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 공부방을 거쳐 간 학생은 현재까지 300여명에 달하며, 고교 진학 후에도 열심히 공부해 명문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도 다수 있다.

가화리 교육봉사단을 10년째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병사들의 자발적 참여에 있다. 교육봉사를 통해 얻은 보람과 기쁨이 병사들 간에 자연스럽게 공유됐고, 전역을 앞둔 선임은 자신의 제자들을 맡길 만한 훌륭한 후임을 찾아 추천하고 자발적인 봉사 의지가 있는 병사들이 자원해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6월에 전역을 앞둔 박세현 병장은 지난 8일 마지막 수업을 했다. 정들었던 학생들을 도와 줄 후임자를 신중히 물색한 그는 같은 소대의 미국 유학파 김태영(22) 일병에게 봉사활동을 제안했고 김 일병도 수락했다.

박 병장은 "김 일병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만큼 본토 발음을 학생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기쁘다"며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학생들이 어느새 질문을 하고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자랑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군인으로서 나라도 지키고 학생들의 꿈도 키우고, 정말 잘 한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재능기부 봉사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장병들의 복무가치를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우진 상병은 "군 복무를 하면서 지역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대학에서 전공한 중국어를 계속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송시영 일병은 "군 생활 중에 교육봉사는 수학 교사를 꿈꾸던 내게 좋은 기회가 된다"며 "내 꿈을 키우면서 또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필용(43·중령) 옥천대대장은 "우리부대는 지역방위대대로서 장병들이 자신을 스스로 지역사회 일원으로 생각하고, 지역 학생들에 대한 교육봉사를 통해 미래 인재양성에 기여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장병들이 큰 보람을 느끼는 만큼 앞으로도 '가화리 교육봉사단'을 부대의 좋은 전통으로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지역청소년과 1대1 매칭해 멘토링하는 8사단 번개여단 병사들

8사단. 사진=육군
8사단. 사진=육군

8사단 번개여단은 2015년부터 경기 포천시 신북면과 함께 '軍 멘토링' 사업을 해오고 있다. '軍 멘토링'은 장병과 지역청소년을 1대1로 매칭해 학습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신북면사무소가 주민홍보를 통해 프로그램에 참여할 청소년들을 선정하고, 여단은 학생들을 지도할 우수 장병들을 지원한다. 민‧관‧군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올해로 5회차를 맞게 된 '軍 멘토링' 프로그램은 알차고 내실 있는 구성으로 학생들에게 만족도가 높다.

계영길(22) 상병 등 12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8시까지 신북면사무소에 마련된 공부방에서 지역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국어, 영어, 수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학생 1명씩 전담해 개인의 수준과 성향을 고려한 맞춤 커리큘럼에 따라 올해 30여회 학습지원을 한다. 청소년기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주기적으로 상담도 하고 방학에는 뮤지컬 관람, 케이크 아트 등 다양한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장병들은 자신을 지켜주는 군인이자, 교육을 해주는 선생님, 꿈과 미래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든든한 멘토인 셈이다.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최진석 상병(23)은 "내가 가진 재능과 지식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라며 "학생들이 배운 대로 문제를 척척 해결해 나갈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맞춤형 교육 봉사하는 2사단 통일대대 병사들

2사단. 사진=육군
2사단. 사진=육군

2사단 통일대대 장병 6명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강원 양구군 읍내에 위치한 행복나눔센터에서 맞춤형 교육봉사를 하고 있다.

통일대대의 교육봉사는 2017년에 시작됐다. 당시 대대장은 병사들이 전공을 활용해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양구군 자원봉사센터에 의사를 전달했고 양구군 드림스타트와 연계해 장병들의 학습 재능기부 봉사가 시작됐다.

김준태(21)·김채성(23)·박지성(22) 상병, 여석원(22)·임세빈(23)·정태민(23) 일병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초등학교 1~3학년 학생에게는 한글과 수학, 4~6학년 학생에게는 영어와 수학,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는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다문화 가정 학부모 9명에게 한글을 가르쳐 그중 4명이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서 3급을 취득했다.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김준태 상병은 "군 복무를 하면서 대학에서 전공했던 내용을 누군가에게 가르쳐줄 수 있다는 것에 많은 보람을 느낀다"며 "학생들이 배움을 통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서 많은 도움을 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업을 듣고 있는 전재환(9) 학생은 "학교에서 질문하기 어려운 사소한 부분까지 묻고 답변을 들을 수 있어서 성적이 오르는 것 같다"며 "친형처럼 대해주는 군인 아저씨들 덕분에 신이 나서 공부도 재미있고 자주 자주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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