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바라보는 국내외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와 철강 등 주력산업 여건이 어려운데다 반도체마저 하향세에 접어들고, 설비투자 위축과 투자기회 고갈 등 구조적 장기침체 우려가 크다. 설상가상 세계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신흥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한 대외환경도 여의치 않은 마당에 신성장 동력마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잿빛 전망을 낳게 하고 있다.

투자·고용 등 부진한 지표와 소비·수출 등 견고한 지표들이 혼재돼 있지만, 전반적으론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4%로 하향조정한 게 잘 보여주고 있다. 내년 전망도 2.5%로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췄다. OECD의 이번 조정은 지난 3월에 이어 두 달 만에 추가로 하향된 것으로, 그만큼 한국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투자 은행들의 전망은 더욱 우울하다. 노무라는 올해 한국 경제가 1.8%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전망이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세계 거시 전망 2019∼2020'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은 올해 2.1%, 내년은 2.2%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의 2.7%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 경제에 적색신호를 켠 것이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3%, 내년 2.5%로 각각 제시한 바 있다. 투자 사이클 약화와 글로벌 무역 감소가 경제 모멘텀을 해쳤다며 중국의 중간제품 수요 둔화, 특히 반도체에 대한 수요 침체는 수출과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국내 전문기관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경제 성장률을 2.6%로 낮췄다. 2012년(2.3%)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더 비관적 전망이다. KDI는 22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국내외 경제 전문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처럼 줄줄이 낮추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외 리스크다. 미·중 무역 갈등의 확산으로 인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전환과 규제 혁파 등을 통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경영하도록 환경 개선에 나서길 촉구한다.

수출마저 가라앉는 상황은 한국 경제의 비상한 위기다. 정부는 수출구조 고도화, 시장 및 품목 다변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보 및 소비 활성화를 통한 경제 체력 강화에 주력하길 바란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미래 먹을거리인 4차 산업 육성을 위한 적극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한국경제 회생 책무가 무겁다.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경제활력을 높이는 한편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는 포용성 강화는 시간을 두고 추진할 장기과제다.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지혜 모으기에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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