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호의 앞길에 풍랑이 거세다.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성장률 자체가 잿빛 전망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요소생산성 급락을 제시하면서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0년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대 후반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4%로 하향조정한 게 잘 보여주고 있다.

현실이 이렇기에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2018년도 국가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27위를 기록했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등이 평균 점수를 까먹고 있다는 게 주목된다.

'다보스 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에선 12위다. 하지만 노사 대립과 노동시장 경직성은 하위권에 머물러 국가경쟁력을 취약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등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에 들어갔다. 관련 국내법을 먼저 개정하고 나중에 국회 비준 동의를 받겠다는 '선(先) 입법, 후(後) 비준' 방침을 뒤집은 것이어서 파장이 우려된다.

ILO 핵심협약 중 미(未)비준 네 개 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강제 노동 금지 등을 규정한 세 개 협약의 비준 동의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문제가 적잖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비준문제를 놓고 사회적 대화를 해왔으나 지난 20일 논의를 종결했다. 그런데 합의문 대신 내놓은 공익위원 안에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등 경영계 핵심 요구사항은 빠지고 노동계 요구만 대거 포함된 것이다. 합리성이 결여된 불평등한 내용이기에 폐지돼야 한다.

경사노위 공익위원 안은 합의안이 아니라 노동계 입장에 편향된 안인 것이다. 대립적·갈등적·불균형적 노사관계 속에서 단결권만 확대할 때 예상되는 부작용이 매우 크리라는 것은 불 보듯 훤하다. 만약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산업현장에는 일대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은 물론 현행 6급 이하만 가능한 공무원 노조 가입 범위 확대, 법외 노조 상태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합법화 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노조가 라인을 점거하고 파업하더라도 사용자는 신규 채용·하도급·파견 등을 통한 대체근로를 할 수 없어 손실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ILO조차 대체근로에 대해 '원칙 허용, 남용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노조의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는 프랑스, 스웨덴도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파업 때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과 아프리카의 말라위뿐임을 직시하길 바란다.

악화되고 있는 경제상황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강성 귀족노조의 횡포 속에서 ILO 협약비준이 가져올 영향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무리한 비준절차를 진행하려하는 시도를 접길 당부한다. 보완 입법이 선행되는 '선입법, 후비준'의 절차대로 진행돼야 하는 게 순리다. 기업의 경영권 보장을 확대해 균형을 맞추는 합리적 정책도 뒷받침되길 바란다.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재벌개혁 못잖게 노동개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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