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사에 신기원이 마련됐다. 봉준호 감독이 세계 최고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를 거머쥔 것이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25일(현지시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 최고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봉준호 감독의 개인적 영예를 넘어 대한민국의 국위를 전 세계에 떨린 쾌거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기에 칸 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줬다고 하겠다. 오는 10월 27일은 국내 순수 자본으로 제작된 첫 영화 '의리적(義理的) 구토(仇討)'가 처음 상영된 지 꼬박 한 세기를 되는 날이다.

올해 칸영화제는 어느 해보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초청돼 수상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뜨거웠다. 그런 여건 속에서도 칸영화제는 봉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기며 새로운 거장의 탄생을 알린 것이다.

봉 감독의 손에 만들어진 영화 '기생충'은 양극화와 빈부격차라는 현상을 블랙 코미디 방식으로 가난한 가족과 부유한 가족, 두 가족의 미시적인 이야기에서 담고 있지만, 전 세계가 '기생충'에 공감했다. "칸에서의 공식 상영 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와서 다 자국 이야기라고 했다"는 봉 감독의 언급처럼 인류 보편적 주제가 수상의 주요인으로 평가된다.

물론 송강호와 이선균·조여정·최우식·박소담 등 맡은 바 역에 충실한 배우들의 열연이 수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 홍경표 촬영감독과 이하준 미술감독을 비롯해 아티스트들도 빼놓을 수 없는 공로자들이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와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에도 큰 성원을 보낸다. 종합예술인 영화 작업을 함께한 이들의 공로를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 중국의 장이머우(張藝謀)와 같은 아시아의 거장을 능가하는 많은 한국의 마스터들의 존재를 보이는 대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과제가 적잖다. 영화가 세계시장에서 커나가려면 다양하고 좋은 영화가 많이 제작돼야 한다. 정부가 문화의 경제적 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예술인들이 자율성과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과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예술인 고용보험 같은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문화 진흥을 통한 글로벌 한류 파급의 전기를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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