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법, 부분개정도 병행추진 필요"
"자본시장 견제·감시 기능 활용해야…동일인 지정 예측가능성 높여야"

▲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대 경쟁법센터는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2층 중회의실A에서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2년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홍명수 명지대 법학과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재벌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을 유도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유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아울러 기존 공법적 규제 대신 민간 자본시장을 활용해 재벌 대기업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있도록 공정위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대 경쟁법센터는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2층 중회의실A에서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2년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홍명수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경제력 집중 시책과 사익편취'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현 정부는 국정과제로서 재벌 개혁을 '재벌 총수 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의 과제로 제시했다"며 "이와 같은 과제 설정에는 '재벌 해체나 계열 분리와 같은 직접적인 구조개혁 조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함의가 담겨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공정위가 추진한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은 이러한 기조 위에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고 현 정부의 재벌정책을 진단했다.

하지만 "현재의 규제 수준과 나아가 행태적 조치의 강화만으로 재벌에 관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지나친 낙관일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재벌 스스로에 의한 계열 분리나 순환출자 해소와 같은 자발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유인체계 구축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공정거래)법제도 개선과 관련해 사익편취 규제나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에서 규제가 강화된 부분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전부 개정안의 내용은 규제 강화보다는 규제 정비에 가깝다"고 평가한 뒤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포함된 개정 사항들이 시급성이나 중요성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부분 개정을 병행적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공정위가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요 기업집단과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순환출자 해소 등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을 이끌어 냈다"면서도 "그 과정을 가능한 한 절차적으로 제도화함으로써 법치주의적 요구에 부합하면서 동시에 정책 실현 가능성과 지속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정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는 "대기업 집단 동일인 지정은 기업집단 범위 결정의 준거점임에도 정작 관련 규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며 "이미 발생했거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검토해 공정위의 기준을 사전에 지침이나 예규 형태로 마련해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대 경쟁법센터는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2층 중회의실A에서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2년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이어 "미국 등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업집단에 관한 공법적 규제의 상당 부분을 자본시장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민간의 감시체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대한 공정위의 역할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동안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가 대부분 해소됐고 기업들 스스로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와 거래관행을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며 "문재인 정부 3년차인 올해는 공정경제의 성과를 국민들께서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보다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갑과 을이 함께 성장하는 포용적 생태계 구축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특히 공정경제를 공공분야에서부터 선도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서 철저히 감독하고 공공기관이 자발적으로 모범적 상생협약 사례를 만들 수 있도록 여러 부처와 함께 노력할 것이다"며 "불공정한 하도급거래관행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 관계부처와 협업해 '범정부 하도급 종합대책'을 추진할 것이며 열악한 지위에 놓여있는 220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수 있도록 여러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해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기업집단 규율체계를 확립하도록 하겠다"며 "기업집단의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의 성장기반을 훼손하는 '일감 몰아주기'는 일감 개방 문화로 전환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4차산업혁명시대에 맞춰 경쟁당국으로서 시장경쟁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한 작업들도 추진돼야 한다"며 "신산업 분야의 동태적 역동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M&A(인수·합병) 정책을 추진하고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의욕을 꺾는 대기업의 기술유용 행위 등 반칙행위에 대해 중점적으로 감시할 것이다. 일상생활 속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불합리한 약관이나 기준을 개선하고 온라인·모바일 환경에서의 새로운 소비자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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