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부동자금 선순환을 통해 경기 회생의 활로로 삼아야겠다. 인체의 혈액순환이 잘 돼야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듯 자금이 기업, 정부, 가계에 원활하게 돌아야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단기 부동자금이 1천조원으로 사상 최대라고 한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대기성 단기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투자할 곳을 못 찾아 떠도는 돈이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는다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져야하는데 이렇게 '자금의 유랑'이 이뤄져선 여러 부작용만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부동자금의 규모가 지난 3월 현재 982조 1천265억 원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현금통화가 106조 4천468억 원, 요구불예금이 233조 5천258억 원,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은 539조 2천73억 원, MMF는 53조 3천250억 원이었고, 금융투자협회가 통계를 내는 CMA 잔액은 49조 62천16억 원이었다.

시중 부동자금은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잠시 줄었으나 이후 반등하며 4개월 만에 45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세계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전, 국내외 경제 불안이 커지면서 경기 불안의 피난처를 찾아 헤매는 자금이 늘어난 게 주요인으로 보인다.

돈이 이렇듯 넘쳐나는 이유는 돈이 내수산업 등 생산활동으로 흘러가지 못한 탓이다. 당국은 단기 부동자금의 물꼬를 터주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부동자금이 투기자금으로 돌변하면 부동산·주식시장의 과열을 낳고 결과적으로 미니 버블·붕괴를 야기해 경기침체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 부동자금 자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우리 기업들과 가계들도 나름대로 전 세계에 풀렸던 달러가 회수돼 조정되면서 일어날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및 불확실성 증대에 현금성 자산 확보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시중에 돈은 넘쳐나는데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분명히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돈이 증가하고 있다는 뒷받침이다.

더구나 최근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증가했는데 이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당국은 경제의 동력 확보를 위해서 단기 부동자금의 운용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자금의 선순환을 통해 내수와 경제를 살리는 금융산업이 중심에 서야 한다. 정부는 규제를 적극 완화해 금융회사가 창조적인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길 바란다. 자금은 생산적으로 돌아야 한다. 몸 안의 핼액 같은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서 경제가 활성화 될 수는 없다.

특히 미래 먹을거리인 4차 산업혁명 분야 등에 투자가 되도록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여하튼 시중자금은 생산적으로 돌아야 한다. 정부 정책의 일대 전환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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