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세계 10대 기업 매출, 10% 넘게 빠져
메모리 집중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타격 커
공급과잉으로 내년까지 메모리 약세 관측 나와

▲ 지난 1분기 반도체 시장이 1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함에 따라 전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 모두 전년과 비교해 매출 부진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메모리에 집중한 인텔이 비교적 선방한 반면 메모리가 주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2019년 1분기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 매출 순위(단위: 100만 미국 달러). 자료=IHS 마킷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 1분기 반도체 시장이 1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함에 따라 전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 모두 전년과 비교해 매출 부진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메모리에 집중한 인텔이 비교적 선방한 반면 메모리가 주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메모리 시장 가격 약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은 29일 전 세계 반도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1천162억 달러) 대비 12.9% 감소한 1천12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별 매출은 2009년 2분기 이후 연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매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다.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메모리를 제외하면 1분기 감소 폭은 4.4%에 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메모리 시장은 1분기 전체 매출이 지난해 4분기 대비 25% 감소하며 급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D램 매출은 26.1%, 낸드(NAND) 플래시는 23.8% 감소했다.

10대 반도체 기업 중 2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6% 감소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수요 감소, 재고 증가와 더불어 1분기 삼성 반도체 사업의 약 84%를 차지한 메모리칩 가격 급락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3위 SK 하이닉스와 4위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다른 업체들도 전년 동기대비 각각 26.3%, 22.5% 감소했다.

반면 인텔은 전년 동기 대비 단 0.3%만 감소하면서 10대 반도체 기업 중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기록함에 따라 인텔은 지난해 4분기 삼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이래 2분기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게 됐다. 메모리가 인텔 매출의 6% 미만을 차지하기 때문에 메모리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의 영향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은 PC, 엔터프라이즈(기업용) 및 클라우드(가상정보저장공간) 부문의 수요 감소와 재고 증가로 인해 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컴퓨팅 애플리케이션용 반도체 시장의 1분기 매출은 16.7% 감소했다.

10대 반도체 기업의 순위는 지난해 4분기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다만 인피니온 테크놀로지는 전 분기 대비 매출 감소가 0.3%에 그치면서 지난해 4분기에서 3계단 상승해 올해 1분기 8위에 올랐다. 인피니온은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매출은 무선통신 시장의 부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감소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용 GPU(그래픽처리장치)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매출이 성장했었다. 하지만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7% 감소하면서 10대 기업 중 세 번째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암호화폐가 급감하고 AMD가 자사 GPU를 데이터센터 애플리케이션용으로 추진하면서 엔비디아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됨에 따라 매출 실적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은 2분기에도 힘들 전망이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기업의 생산투자 효과가 꾸준히 나타나면서 가격경쟁이 더 치열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반도체기업들의 재고 수준은 2분기 현재도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과 같은 공급과잉이 지속된다면 D램 평균가격은 내년 중반까지, 낸드플래시는 내년 말까지 꾸준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과잉 및 가격 하락에 영향을 받아 올해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도체업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반도체를 포함한 IT업황이 더 침체될 가능성도 있어 내년 실적 개선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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