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진 기자.
[일간투데이 최유진 기자]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이 있다. 시간은 지나가버리면 사라지지만 사진으로 그 순간을 담을 순 있다. 그러나 아이돌 공연과 팬미팅 등 행사에 참석한 팬들은 추억을 남길 사진조차 찍을 수 없다.

아이돌 공연 도중 몇몇 팬들이 끌려 나온다.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그 팬들은 거금을 주고 공연을 보기 위해 멀고 험한 발걸음을 했지만 소속사들은 공연 도중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공지를 미리 통보했다며 팬들을 강제로 끌어내거나 핸드폰, 카메라 등을 뺏어 사진을 삭제한다.

팬들에게 스타는 길 가다 언제든 마주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팬들은 피 튀기는 티켓팅에서 승리한 뒤 면봉처럼 보이는 스타를 보기 위해 망원경을 짊어지고 지방에서부터 서울까지 먼 걸음을 했지만 사진 한 장 추억으로 남길 수 없다.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공인을 촬영하는 행위는 법으로도 막지 못하지만 소속사들은 없는 논리를 만들어내 팬들을 쫓아낸다.

애초에 이런 룰은 여러 회차 반복되는 공연장에서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근 아이돌 행사 중 1회 성 공연임에도 대부분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추세다. 사진 찍는 것을 금지만 할 뿐 아니라 이후 소속사는 스타의 공연을 영상으로 촬영해 DVD로 6만 원 가까이 되는 높은 금액으로 판매해 수익을 창출한다.

소속사가 사진 촬영을 막으며 수익을 올리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찍지 말라는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덩치 좋은 경호원들을 대동해 질질 끌고 나가는 일도 다반사다. 소속사 측은 사진을 찍기 위해 대포 카메라(대포처럼 크고 긴 줌 카메라)를 들고 입장하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핸드폰 카메라의 경우 촬영하다가 옆 사람을 칠 일은 없다.

사랑하는 스타를 보기 위해 팬들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소속사는 그들의 팬심을 이용해 돈을 벌 궁리만 하고 있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잘못된 게 아닐 수도 있지만 팬들의 추억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것은 확실히 도덕적인 모습은 아니다.

공연장에서 스타와의 추억을 기록하지 못해 다치는 팬심에 적어도 그들의 안위는 생각하면서 정중히 쫓아내는 편을 추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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