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계 도시와 비교해보니 초기 투자금 격차, 회수 등 어려움으로 수년째 20위권에도 못들어

[일간투데이 김승섭 기자] 문재인 정부가 내건 4차산업혁명이 '외화내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 정부는 집권 2기 부터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국가를 목표로 세우고, 신(新)남방정책, 신북방정책과 더불어 발트 3국, 중앙아시아, 유럽에 이르기까지 각 국가마다 포괄적 협력관계,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고군분투했고, 집권 3기인 지금도 이 같은 노력은 진행중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비롯한 로봇, 드론, 3D프린팅, 스마트팜, 스마트시티, AI(인공지능), 헬스케어 메티컬 의료. 이름만 그럴싸 할 뿐 정작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관련분야 스타트업들은 세계 도시와의 초기 투자금 격차, 투자금 회수의 어려움 등으로 2019년 조사에서도 20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조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12년 이후이며 7년간 단 한 차례도 순위에 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 따르면 세계 국내총생산(GDP) 규모 12위(2017년 기준)인 우리나라가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스타트업 셍계계 국제비교' 자료

전경련이 밝힌 한 사례를 보면 B2B(Business to Business)메시징 솔루션 '센드버드(Sendbird)'는 지난 2013년 한국에서 창업한 뒤 다음해 실리콘밸리로 떠나 미국법인 전환을 마쳤다.

센드버드는 미국 진출 후 4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약 215억 원을 투자받았다. 한국 스타트업의 초기(업력 3년), 중기(3년~7년) 평균 투자금액이 각각 15억 7천 만원, 26억 3천 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차이가 크다(출처·crunchbase, 중소기업벤처부·이하 중기부, 벤처투자 동향).

스타트업 정보 분석기관인 '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이 지난 5월 발표한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초기 투자금 규모가 작고 투자금 회수도 어려워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으로 드러났다.

스타트업 게놈이란 실리콘밸리 기반 스타트업 정보 분석업체로서 세계 150여개 도시의 스타트업 환경 정보를 수집·정량 분석해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평가 분야는 스타트업 개수, 스타트업 성과, 자금조달 규모, 인재 수준과 확보 환경, 정부 지원, 기업가 정신, 신사업 진출여부 등이다.

■한국(서울)은 어떨까?

서울의 스타트업 초기 투자금은 글로벌 평균 3분의 1에도 못미쳤다(총액 기준 10분의 1) 에 불과.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금액은 3조 4천 249억 원으로 글로벌 벤처캐피탈(VC·KPMG Global VC Pulse 2018 4Q, 중기부 벤처투자 동향 2018년) 투자금액 2천 540억 달러(약 300조원)에 현저히 못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기술기반 스타트업(Tech Startup)들은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초기 투자금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스타트업 게놈에 따르면 서울의 초기단계 기술기반으로 스타트업당 평균 투자금은 10만 7천달러, 글로벌 평균 투자액 28만 4천 달러의 3분의 1수준이다.

총액 기준으로 보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글로벌 도시의 평균 투자총액은 8억 3천 700만 달러로 서울 8천 500만 달러의 약 10배에 이른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초기 투자금 성장 지표(Funding Growth Index)' 부문에서 10점 만점에 단 1점을 받아 사업 초기에 시장을 선점해야 할 우리 스타트업들이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규모 글로벌 시장의 0.1%도 안돼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실시한 스타트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가장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목표에 대해 M&A라고 응답한 비중이 미국과 영국 모두 50% 내외인 반면, IPO(기업공개)가 목표라는 응답은 20% 안팎이었다(Mind the Bridge & Crunchbase, Tech Startup M&A 2018 보고서).


이처럼 스타트업 투자금 회수에 있어 인수합병(M&A)이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2018년 25개사)보다 IPO(2018년 144개사)가 더 활발하다.

M&A를 통해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 결과 M&A를 통한 국내 벤처투자 회수금액은 670억원으로, 글로벌 스타트업의 총 회수금액 약 2천 190억 달러(260조원)의 0.0003% 수준에 그쳤다.

또한 작년 M&A로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한국 벤처기업은 단 25개사로, 같은 방식으로 회수를 진행한 글로벌 벤처기업의 0.006%(4천 228개사) 수준에 불과했다.

스타트업 게놈의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투자금 회수 성장 지표(Exit Growth Index)' 부문에서 10점 만점에 4점을 받았다.

'초기 투자금 성장 지표'와 더불어 두 부문이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주요 요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벤처 M&A시장에서 글로벌 유수기업들이 인수자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반면, 우리 대기업들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지난 2010년∼2018년 동안 이루어진 스타트업 M&A 세계 30대 인수기업(Acquirers)에는 한국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포함됐다.

반면 미국의 경우 22개사가 포함돼, 스타트업 M&A 시장에서 기업들의 활발한 참여가 투자금 선순환 구조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 및 미국의 여러 도시들이 최고의 스타트업 생태계로 인정받는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스타트업 셍계계 국제비교' 자료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한국은 20위에도 들지 못하는 '순위권 밖'

스타트업 게놈은 격년으로 보고서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구축된 도시 Top20을 발표한다.

서울은 세계 도시와의 초기 투자금 격차, 투자금 회수의 어려움 등으로 2019년 조사에서도 20위권 진입에 실패하면서 조사가 시작된 2012년 이후 7년간 단 한 차례도 순위에 들지 못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상위 20위 지역은 북미 50% 유럽 25%, 아시아 20%, 기타 5%로 북미권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점하고 있다.

아시아는 2012년 싱가포르 등 2개 도시에서 2019년 4개 도시가 포함돼 증가세를 보였으며,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는 2017년 순위에 처음 진입하자마자 각 4위, 8위로 상위권에 랭크됐다.

이에 전경련 측은 4차산업혁명 시대, 이 같은 뒤처짐을 개선하기 위해선 "투자자금이 활발하게 순환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은 "스타트업의 활성화는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에 갇힌 한국경제에 주요 돌파구 중 하나이며, 특히 청년실업의 현실적 해법으로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 중기부에 따르면 2018년 벤처투자를 받는 국내 벤처·스타트업 1천 72개사의 고용인원은 4만 1천 199명으로, 2017년 대비 20% 늘어난 6천 706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현 정부에서 스타트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규제 샌드박스, 스타트업 육성정책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아주 환영할 만하다"며 "결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커지기 위해서는 스타트업들이 초기 투자금을 원활하게 유치하고 투자자들은 쉽게 투자금을 회수 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 실장은 그러면서 "M&A 활성화 등 국내외 투자자가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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