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북유럽 순방 전 국회정상화 당부에 한국당 "대통령 일정에 국회가 맞추라는 오만한 태도"

[일간투데이 김승섭 기자]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4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회동'과 '문 대통령과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일대일 회동'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전날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며칠 후면 북유럽 3개국 순방(9~16일)이 예정되어 있다"며 "최소한 그 이전에 대화와 협력의 정치가 복원되고, 국회가 정상화되길 기대한다. 거듭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 드린다"고 언급한지 하루만에 '제안사항'을 공개한 것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밝히면서, 한국당 측에 지난달 31일 이런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동시회담 날짜로는 7일 오후를 제시하면서, 의제 논의와 합의서 작성을 위한 실무회동을 한국당에 제안했다고 강 수석은 전했다.

이와 관련, 한국당에서는 지난 2일 답변을 보내왔으며 '문 대통령과 황 대표의 일대일 회동과 교섭단체 3당 대표의 회동을 동시에 하자'라는 역제안을 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청와대는 '당 대표는 5당이 전부 참석하는 것이 옳다'는 취지로 한국당의 역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이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한국당이 거부하긴 했지만) 7일 오후에 5당 대표 회동과 일대일 회동을 동시에 하자는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이 저를 방문해서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회담을 제안해서 제가 거부했다"고 밝힌 것에 대한 설명도 나왔다.

손 대표는 "여야 4당 대표와 대통령의 회담은 의미가 없다, 한국당을 끌어들여 여야 5당 (회담)하든지, 대면하든지 해야 한다고 했다"며 "청와대는 심각한 반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청와대는 강 건너 불보듯 (국회 공전)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나서서 야당을 비판하는데 국회 운영의 의지가 있는지 안 물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기정 수석은 "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 전 5당 대표 회동 성사를 위해 손 대표는 물론 황 대표 측도 만났다"며 4당 대표 회담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강 수석은 "(회동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황 대표가 불참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이에 손 대표는 황 대표가 불참한다면 회담 자체의 의미가 반감되니 황 대표도 함께 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도 원내 교섭이 국회에서 진행 중인 만큼 4당 대표만 만나는 것은 3당 원내대표 논의 등 협상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으므로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이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국회정상화와 더불어 5당 대표와의 만남 및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와의 회동을 동시추진하는 데는 북유럽 3개국 출국 전, 국내 정치상황을 어느정도 매듭짓고 가려는 심정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6월이 시작되었는데 아직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아 국민들 걱정이 크다. 올해 들어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단 3일 열렸을 뿐이고, 4월 이후 민생 법안이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며 "정부 추경안이 제출된 지도 벌써 40일째가 된 만큼 국회에서도 답답함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여야 각 정당에서도 경제를 걱정하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럴수록 빨리 국회를 열어 활발하게 대책을 논의해 주시고, 특히 추경안을 신속하게 심사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며 "저는 이미 여러 차례 국회 정상화와 추경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개최와 정당 대표들과의 회동을 제안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어제(3일)도 국회 탓을 하셨다. 청와대를 정국 갈등 제조기로 만들고 있다"며 "하루라도 국회 탓을 안 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지 궁금하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문 대통령이 마치 국회정상화 시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느껴진 듯 나 원내대표는 "본인 북유럽 순방 전에 모든 것을 끝내달라고 한다. 대통령 일정에 국회가 맞추라는 그런 오만한 태도"라며 "이 정국이 지금 교통체증을 겪는 이유 바로 문 대통령께서 일으킨 대형사고 때문이다. 날치기 선거법 사고, 공수처 강행 사고 등으로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꽉 막고 선 대통령이 바로 우리 정치가 답답한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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