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과감한 보고서 낸 한투증권 두각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오늘 여의도 증권가에선 한 애널리스트의 리포트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대형주 한 종목을 상승 견인했다.

주인공은 한국투자증권 진흥국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매수 보고서다. 진흥국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조사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회사에 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정황들이 속속 발견되고 일부 임직원이 구속되는 등 다양한 악재가 발생했지만, 이미 "올 한해 주가가 22% 하락하는 등 충분히 악재가 반영"됐으며, "설사 분식회계로 판결나더라도 회사의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삼바의 신규수주가 늘고 있어, 3분기부터 턴어라운드 할 것"이며, "현 주가는 상장폐지 공포가 극에 달했던 지난 11월 수준"으로 목표가 40만원을 유지하며 매수 추천했다. 리포트에 힘입은 탓인지 이날 삼바는 코스피 외국계 순매수 상위 TOP5에 오르며 5% 가까이 상승을 보였다. 시가총액 20조가 넘는 초대형 종목의 반전 상황이다.

어찌보면 이 리포트는 분석 종목의 주변 환경 검토에 근거한 상황 분석, 업황과 실적에 근거한 전망과 목표가 제시라는 전형적인 리포트지만, 리포트가 나온 시기가 민감한 시기이기에 눈에 띈다.

삼바는 지난달 중순 분식회계 의혹이 나오며 삼성의 고위급 임원실이 무더기 압수수색 당해 긴장감을 높였다. 그 결과 일부 임원들의 구속이 이어졌고, 검찰의 칼끝이 윗선을 향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며 공포감이 극대화됐다.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악재가 아니라 막연한 불안심리를 키우는 불확실성이다. 아무리 악재라 할지라도 그 악재가 확실히 인식되고 주가에 반영되고 나면 주식은 재반등하게 돼 있다.

악재를 악재로 인식하고, 그 악재가 어디까지 반영될 것이며, 현 시점은 주가 하락이 과도한지 적정한지를 말해주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역할이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삼바는 워낙 시장을 대표하는 대형 종목에 사회적, 정치적 거시환경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체계적 위험'을 가진 종목이기 때문에 섣불리 향후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두려운 것은 당연한 일" 이라며, "하지만 분위기 좋을때 나발을 부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소신있는 보고서" 라며 추켜세웠다.

실제 이 종목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는 주요 증권사별로 한명씩 다 있다. 지난 4월 한달 동안 이 종목을 분석한 애널리스트는 NH, 삼성, KB, 한국, SK, 키움, 대신, KTB 등 다수였다. 하지만 5월 들어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분석은 씨가 마르다시피 했다. 이들이 분석 제시한 목표가와 근거에 투자판단을 의지했던 투자자 입장에선 답답한 노릇이었다.

특히나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과거 사드 후폭풍을 세게 맞았던 제약, 바이오 업종에 속하는 삼바 투자자들은 이중고를 겪으며 떨어지는 주가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진흥국 애널리스트가 상장폐지의 공포가 극에 달했었다고 지적한 작년 11월 경을 살펴보면, 10월 26일자로 유진투자증권이 삼바를 분석대상에서 제외시켰고, 뒤이어 11월 22일에는 미래에셋대우가 분석대상에서 삼바를 삭제했다.

작년 11월과 올해 5월 리스크 발생시마다 급격히 분석보고서가 줄어들거나 분석을 포기하는 증권사들을 보면서, "외국에서는 리서치센터 리포트가 유료로 팔리고 있다"며 개탄하는 리서치 관계자들의 볼멘소리가 아쉽게 느껴진다.

애널리스트와 리서치센터의 존재 이유가 꼭 개인투자자를 위한 것은 아니다. 영리 기관에서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탄력적인 운용을 하는 것을 뭐라 할 수도 없다.

좀더 그들 입장에서 이해의 폭을 넓히다면, 진흥국 애널리스트의 과감한 리포트가 성공적인 메시지가 될 지, 신중함이 필요했던 선택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

하지만 매년 언론사에서 실시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1등이 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몇몇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왜 투자자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리스크를 지지 않는지 묻고 싶다.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애널리스트 수는 약 1천명을 상회한다. 여러 어려움으로 작년 한해에만 50명 이상의 애널리스트가 줄어들며 다른 자리를 찾아 떠났다.

기업 탐방을 위해 지방도 멀다 않고 찾아다니며 고객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애널들의 노고를 모르지 않는다.

다만 애널리스트는 소위 증권업의 꽃으로 불리운다. 투자의 기본은 분석이기에 애널리스트가 꽃이 될 수 있다. 기업 분석의 철학이라는 향기가 나는 꽃이 자주 피기를 투자자들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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