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지도부는 중화민족 부흥의 꿈(中國夢)을 앞세우고 일대일로(一帶一路), 곧 육·해상 신 실크로드 대전략을 추구 중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내각은 미국의 대 중국 견제전략인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에 기대어 전쟁 수행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향해 착착 나아가고 있다. 아베 내각은 미국과 '신(新)밀월'을 구가하고 있다.

냉전시대 양대 강국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는 동북아·태평양에서의 영향력 감소를 경계, 유지·확대를 부단히 꾀하고 있음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미·중·일·러가 자국 이익에 따라 민첩하게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능동적 외교가 요청되는 상황이다. 동북아에서 역류(逆流)가 강해지고 있기에 더욱 절실하다.

■'내 편 만들기'에 팔 걷어붙인 미·중

세계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은 본격적으로 패권 다툼에 돌입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은 상징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최근 '새로운 형태의 냉전(A new kind of cold war)' 기사에서 패권 전쟁에 따라 중국이 미국 질서에 완전히 종속되거나 미국이 밀려나 쇠락하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각국이 줄 서기에 나서면서 전 세계에 보이지 않는 철의 장막이 또다시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중국 인민일보 등은 현 상황을 '디지털 철의 장막(digital iron curtain)'이라고 명명했다.

사실 30년 가까이 지속돼온 미국 중심의 다극화 체제가 무너지는 상황은 한국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미·중 어느 쪽을 택하든 상대 진영의 반발과 정치·경제적 손실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중은 '내 편 만들기'에 팔을 걷었다. 미국은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망의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는 핵심요소라며 중국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동맹국에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외교부도 우리에게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미·중 무역 의존도가 높고 북핵이라는 최대 과제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은 샌드위치 신세다. 굳건한 한·미동맹 속 중국과 실리외교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기류다. 옳은 방향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동북아의 전통적인 3각대립(한·미·일vs북·중·러) 구도로 흐를 시 한반도 평화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걱정은 상정 가능한 일이다.

물론 미·중 대립 속에서 우리의 존재감을 보이는 기회일 수 있다. 북·미대화 촉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보복 문제의 해결도 기대해볼 수 있다. 균형 외교로써 위기를 기회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일본도 비슷한 전략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에 확실한 힘을 실어주면서도, 중국에 외교·국방부 장관 간 2+2회의를 제안했다. 시 주석의 이달 말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 첫 방일이 예정됐고, 아베 총리의 연내 방중도 거론되는 중이다.

■국익 위해 두 나라 적절히 활용을

오사카 G20 정상회의가 무역전쟁과 동북아 정세 구도의 분수령이 될 게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동 결과에 따라 역류가 순류(順流)로 전환될 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실리외교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기에 각별한 대책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우리의 외교 주도권 확보와 경제적 실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느냐가 주목된다.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을 위해 미국과 중국을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교 역량을 집결시키고, 정치·군사·경제 교류를 통해 신뢰를 더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물론 굳건한 한·미동맹이 대전제다. 한반도 안보 측면에서 '한·미혈맹'을 다지며 북한 핵을 제거하기 위해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미·중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에 치우치지 않고 용미·용중(用美·用中), 곧 국익 위해 두 나라를 적절히 활용할 공간을 확보하면서 갈등을 풀어나갈 지혜를 발휘할 때다.

무엇보다 민생 돌보기다. 경제 살리기다. 오랜 불황에 부익부빈익빈, 민초의 삶은 하루하루 버겁기 그지없다. 민생 현장의 어려움 해결에 국정운영의 최우선 가치를 둬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이식위천(以食爲天),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고 했다. 그렇다. 국민이 편안하면 나라에 이로운 법이다. 안민익국(安民益國)이다. 내부의 단합된 힘이 있어야 한반도 번영을 위한 '평화통일 에너지'로 쓸 수 있다. 문재인정부와 여야 정치인, 사회 각계가 비상한 자세로 하나 돼 난국을 헤쳐 갈 힘과 지혜를 모을 때이다.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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