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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주 52시간 근무 시행 한달 카운트다운
  • 장석진 기자
  • 승인 2019.06.09 14:44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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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괄적 적용 '무리', 경쟁력 약화 염려…신규 채용 효과 관심

   
▲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근로시간정책을 홍보중인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왼쪽 두번째)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증권업계에 '저녁있는 삶'은 찾아올 것인가?

여타 업종에서는 이미 시작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7월부터 증권업계에도 도입된다. 업계 특성을 감안, 특례업종으로 지정된 증권업의 1년 유예기간 종료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합리적인 근로시간 책정으로 올바른 기업문화와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시작된 제도가 증권업계에도 시작된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도입과 관련해 이미 각사별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준비를 해온 만큼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전망 속에 제도의 일괄적인 적용이 곤란한 사업부에선 여전히 불평이 나오고 있다.

시간을 가지고 업무를 통제할 수 있는 후선부서는 그나마 탄력적인 운영에 큰 제약이 없지만, 더 많은 시간과 발품을 팔아야 하는 영업부서나 리서치센터 등의 부서는 경쟁력 약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또 후선 부서중에서도 결제업무 부서 등 영업부서의 영업 결과물을 후속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일부 부서에서는 상대적으로 타 부서 대비 혜택을 못받는 직원들을 달래거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다른 증권사들이 하는 제도를 서로 모방하며 하나의 기준을 마련한 상태다. 우선 출근은 오전 8시, 퇴근은 오후 5시로 정해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1일 8시간 노동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 점심시간 1시간은 제외다.

하지만 노동강도가 높은 대신 고액 연봉을 받는 문화가 정착된 증권업계에서 5시 퇴근은 일부 부서를 제외하곤 비현실적인 제도라는 비판도 많다.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이 3시 반까지 돌아가고, 장 종료 후 마감까지 고려하면 5시에 업무를 끝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어쩔 수 없이 추가적인 인건비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들은 PC오프제를 시행중이다. 일정 시간 이후 PC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든 시스템이지만 이는 회사용 PC에 한정됐을 뿐이다.

한 여의도 카페 주인은 "원래부터 여의도는 노트북을 들고 오는 고객이 많지만, 5시쯤되면 갑자기 손님이 늘어나는 현상이 있다"고 여의도 풍경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홍보팀장은 "언론사 마감시간 이후부터가 우리가 본격적으로 일하는 시간인데, 5시에 퇴근하면 소는 누가 키우냐?" 며 겸연쩍게 웃었다.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대신증권은 점심 시간을 한시간 반으로 늘리고 퇴근 시간을 30분 늘여 30분을 벌었다.

이에 대해 이 회사 한 직원은 "원래도 증권가는 점심을 11시 반부터 1시까지 먹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며 "증권맨들에게 점심은 단순히 밥먹는 시간이 아니라 영업시간인데 회사가 조삼모사로 장난치는 것 같아 섭섭하다" 고 전했다.

또 한 증권사 직원은 "어차피 실적으로 평가받고, 상당수는 계약직 직원이라며 정부가 이런 가이드라인까지 만들면서 자본시장 경쟁력을 논하는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성토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4월 대표이사가 어깨띠를 두르고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업무 문화 정착의 일환으로 'NH 스마트워크 333'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333'이란 근로시간 준수, 업무 효율화, 일과 생활의 균형을 통해 개인의 창의성을 발현시키고 조직은 이를 혁신 동력으로 삼아 발전한다는 아이디어의 표현이다.

또 근무 특성에 따라 '시차 출퇴근 제도' 시행, 회식 자율 참석, 오후 2시부터 3시까지는 업무 집중시간 설정 등으로 신 제도 시행의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정책을 세웠다.

이 가운데 일각에선 정부의 정책을 큰 틀에서 이해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대형증권사 인사팀장은 "줄어드는 근무시간을 메우기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신규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며 "1분기 증권사들의 실적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론 보유하고 있는 채권 평가이익이 늘어났을 뿐 어느 사업부 하나 미래가 밝지 않다"며 "허리띠를 졸라매도 모자란데, 이 비용은 누가 다 부담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고용인력이 늘어나면 가처분소득도 늘어나고 기존 직원은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행복지수가 늘어난다는 구상은 시간과 노력으로 승부하는 증권업계에선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주요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상반기 채용이 진행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50명선, NH투자증권은 60명선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등 증권업계에 상반기 200~300명의 인력이 추가 수혈될 예정이다.

주식거래 수수료 인하 효과보다 신규 인력 채용의 부담이 더 크지 않도록, 짐이 무거워져 가는 증권가에 합리적인 업무 문화가 정착될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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