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요즘 우리 언론은 중국 스마트폰·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華爲)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를 다룬 소식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전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사안인데다 수요·공급 모든 측면에서 국내 기업들이 화웨이와 긴밀히 연결돼 있으니 빚어지는 당연한 현상이다.

스마트폰 부문에선 최근 애플을 제치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화웨이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로선 호기일 수 있다. 하지만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상반기 내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의 그늘이 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보안 문제를 들어 미국 정부가 집중 견제하는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 반입이 원활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5G(5세대) 이동통신 구축도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

그 동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동맹국 정부에 화웨이를 쓰지 말 것을 요청했을 땐 공식 정부 통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 정부 당국에서도 심각히 받아 들이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한 행사에 참가해 "신뢰받는 공급자를 선택하는 것이 안보 뿐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며 "지금 내리는 결정이 수 십 년간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화웨이 문제는 이제 '발등의 불'이 돼 버렸다.

국가간의 친선과 협력을 도모해야 할 주한 외교 사절이 주권국가의 정책 결정에 '감 놔라 배 놔라'하는 격으로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 행태가 아니라는 비판이 있는 가운데 중국 또한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을 불러 미국의 제재조치에 협조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하니 이래 저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윤종원 대통령 경제수석은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책 브리핑에서 "정부로서는 국가통신보안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관리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될 부분들이 있다"고 원론적인 답을 내놓았다. 엄중한 대내외 경제여건상 당국자로서 심중의 말을 다 내놓지 못하고 아낀 측면이 있으리라. 하지만 정부는 직접·명시적인 발언과 조치를 못하더라도 국내 기업이 화웨이 파고를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외교적·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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