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동맹국 정부에 화웨이를 쓰지 말 것을 요청했을 땐 공식 정부 통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 정부 당국에서도 심각히 받아 들이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한 행사에 참가해 "신뢰받는 공급자를 선택하는 것이 안보 뿐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며 "지금 내리는 결정이 수 십 년간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화웨이 문제는 이제 '발등의 불'이 돼 버렸다.
국가간의 친선과 협력을 도모해야 할 주한 외교 사절이 주권국가의 정책 결정에 '감 놔라 배 놔라'하는 격으로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 행태가 아니라는 비판이 있는 가운데 중국 또한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을 불러 미국의 제재조치에 협조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하니 이래 저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윤종원 대통령 경제수석은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책 브리핑에서 "정부로서는 국가통신보안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관리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될 부분들이 있다"고 원론적인 답을 내놓았다. 엄중한 대내외 경제여건상 당국자로서 심중의 말을 다 내놓지 못하고 아낀 측면이 있으리라. 하지만 정부는 직접·명시적인 발언과 조치를 못하더라도 국내 기업이 화웨이 파고를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외교적·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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