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석유선 취재팀장

“숨통이 쪼이는 게 사실입니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관계자는 모처럼 함께 한 점심식사 자리에서 기자에게 조용히 털어놨다.

연말까지 핵심 공정률 60% 달성을 청와대가 공언한 마당에 4대강 살리기 사업 1단계 공사(보 구조물의 왼쪽 반을 완성하는 공사)는 계속 전진, 또 전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시공 업계를 상대로 속도를 내라고 '채찍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사업 현장은 그야말로 '불야성'이다. 24시간, 일주내내 밤낮없이 공사를 하며 속도전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건설업계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상황이다.

우기(雨期)전까지 1단계 공사를 마쳐야 한다는 압박이 이들의 마음을 더욱 급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7~8월 장마로 강물이 붇기 전에 1단계 공사를 마치고 강물이 보 건설 공사장으로 흘러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둔 가(假)물막이까지 철거를 해내야 한다. 만약 이를 제때 해내지 못하면 예외없이 '물 난리'가 난다.

물 난리도 걱정이지만 속도만 내다보면 '부실공사'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국토해양부는 CCTV까지 설치하며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쉬지 않고 일을 하다보니 탈이 안 날수가 없으니 걱정이 앞선다.

지금으로선 사업 발주처인 수자원공사나 사업을 관리감독하는 4대강 추진본부나 시공사들이 '알아서 잘 해주길' 바랄 뿐이다.

수공 관계자는 "어떻게든 공사를 빨리 끝내는 것이 최선이지만, 만약의 부실 공사를 염려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시공하도록 (시공사들을) 독려하고 체크하고 있다"고 전했다.

4대강 사업이 완료되면 그 공적은 정부가 모두 가져갈 것이 분명하다. 2조가 넘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으니 뭐라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공사 기일을 맞추기 위해 밤낮없이 안간힘을 쓰는 건설업체들에게 무조건 '알아서' '빨리 빨리' 잘해주길 바라는 정부의 태도를 보니, 정말 숨통이 쪼이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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