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TSMC, 화웨이 연결 못 끊어…미주 고객 유치"
"EUV 장비 대폭 늘려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

▲ 미·중간의 격화되는 무역 분쟁으로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주력인 메모리 부문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부문이 대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기도 화성 삼성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미·중간의 격화되는 무역 분쟁으로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주력인 메모리 부문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부문이 대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일 NH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 분쟁이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수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바일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1위 업체 퀄컴과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 기업 엔비디아 등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최신 칩 발주를 주문해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최근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시장과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미국이 집중 견제하고 있는 (중국) 화웨이(華爲)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칩 생산을 맡겼기 때문"이라며 "TSMC는 다른 글로벌 IT 업체와 달리 향후에도 화웨이와 거래를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미국 상무부는 TSMC 본사에 직원을 파견해 관련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도 했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화웨이와 거래관계가 없기 때문에 미·중 무역 분쟁에서 자유롭다"며 "정치적 이슈와 관계없이 고객의 제품을 지속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TSMC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정부의 대중 제재 동참 압박을 받는) 일부 미주 고객들이 파운드리 업체로 TSMC보다 삼성전자를 선호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생산 측면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7nm(나노미터) 공정에서 TSMC보다 공격적으로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활용을 늘리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단가를 크게 낮춰 일부 고객들에게 풀 마스크 세트를 경쟁사 '다중 레이어 마스크(MLM)' 미만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고 언급했다. 최근 삼성 파운드리는 일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TSMC MLM 대비 60% 수준의 파격적인 풀 마스크 세트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스크는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릴 때 활용되는 일종의 필름으로 구매에 많은 비용이 든다.

한편 삼성전자는 '10년 만의 최악의 불황'(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올 들어 현재까지 반 토막 난 D램 가격이 3분기에 15%, 4분기에 10% 더 하락할 것'(대만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이라는 어두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 속에서 파운드리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연구·개발(R&D)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 구축에 60조원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총 133조원을 투자하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 14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을 열고 새로운 공정 소개와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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