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97세, 병환으로 떠나…문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만나러 가셨다"

▲ 이희호 여사.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최유진 기자]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동행’ 중)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향년 97세에 생전 사랑하고 존경했던 이의 곁으로 떠났다.

김대중평화센터는 10일 "이 여사가 이날 오후 11시 37분 소천했다"고 밝혔다. 이희호 여사는 지난 3월부터 병세가 악화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1922년에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과정을 마친 이희호 여사는 이어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학사를 따내며 교편을 잡았다. 이화여대 사회사업과 강사로 근무하던 이 여사는 여성인권을 위해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대한 YMCA 연합회 총무를 거쳐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던 이 여사는 1962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결혼을 하게 된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두 번째 부인으로 두 사람은 네 번의 대선을 함께 거쳤다.

내조 끝에 이희호 여사는 1998년 제15대 대통령의 영부인이 됐다. 당시 이 여사는 "대통령의 부인이기 전에 나 자신이고 나이도 들었으니 여사로 불러주면 좋겠다"고 건의하며 ‘이희호 영부인’에서 ‘이희호 여사’로 호칭이 바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3년 미국 망명 시절 샌프란시스코에서 강연하던 중 "아내가 없었더라면 내가 오늘날 무엇이 됐을지 상상할 수도 없다"며 "오늘 내가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내 아내 덕분이고 나는 이희호의 남편으로서 이 자리에 섰다. 나는 그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아내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핀란드 순방중 이희호 여사의 별세 소식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이희호 여사님께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만나러 가셨다"며 "순방을 마치고 바로 뵙겠다. 하늘나라에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두 분께서 늘 응원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애도를 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 여사를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의 배우자, 영부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라며 "정치인 김대중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만들고 지켜주신 우리 시대의 대표적 신앙인, 민주주의자였다"고 지칭했다.

한편 이희호 여사의 발인은 오는 14일 오전 6시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치뤄질 예정이며 장지는 서울 동작동에 위치한 국립현충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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