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노동단체·정부, "변화된 시장 맞는 방송 규제 개선" 한 목소리
"고용보장·지역성·공공성 강화" VS "글로벌 OTT 대항마 육성 진입 규제 완화"

▲ 11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김종훈 민중당 의원, 방송통신 공공성강화 공동행동이 공동 주최해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통신기업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에 따른 공익성 강화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재개발을 해야 할 지역에 재건축을 하고 있다.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기업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끼워 맞추려 하고 있다."(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글로벌 통신시장은 넷플릭스 등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규제 동향도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기존 규제 집착하면 '우물 안 개구리', '규제의 갈라파고스'가 된다."(김정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산업정책과장)

11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김종훈 민중당 의원, 방송통신 공공성강화 공동행동이 공동 주최해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통신기업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에 따른 공익성 강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언론·노동·시민단체와 정부 관계자 모두 변화된 통신시장 환경에 맞춘 규제 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그 방향은 달랐다. 전자가 노동권·지역성·공공성을 강조하는 규제 강화를 주장한 반면 후자는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업체(OTT) 대항마 육성을 위한 국내 기업간 인수·합병 규제 완화에 비중을 뒀다.

이날 김동원 정책위원은 발제를 통해 "올 초부터 시작된 통신기업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은 이미 진행 중인 한국 경제의 자본 집중과 재구성 흐름의 한 갈래로 볼 수 있다"며 "현대중공업의 중간지주회사 설립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라는 큰 심사를 앞둔 공정위에게 현재 진행 중인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 인수 관련 심사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리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원은 대기업 중심, 대형 사업자 중심으로 유료방송통신 시장을 재편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사실상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광순 희망연대노조 딜라이브지부장은 "KT가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와 제휴상품인 OTS(Olleh SkyLife) 상품을 만들어 약정기간이 만료되면 KT 올레(Olleh) TV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가입자 빼가기'를 진행했다"며 "KT스카이라이프 사례에서 보듯이 (인수 통신사가) 결합상품을 미끼로 (피인수) 케이블방송 가입자 빼가기를 하면 일감이 줄어들어 노동자는 구조조정 당해 거리로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통신사들이 인터넷TV(IPTV)를 시작하면서 (국내)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제휴해서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는 것처럼 기여도가 많이 낮다"며 "KT와 LG유플러스는 과거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하려 했을 때 들었던 통신 인프라 퇴보, 가계통신비 증가, 일자리 감소, 콘텐츠 산업 독과점화 등의 질문에 스스로가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동안 답을 미뤄왔던 SK텔레콤도 답을 해야 하다"고 일갈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포용이 없는 혁신은 파괴에 불과하다"며 "(케이블TV와 통신사라는) 두개의 플랫폼이 인수·합병했을 때 직무 재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일정한 기간 고용을 유지한 채로 전직 교육을 통해 기존 노동자가 직무 전환할 수 있도록 회사는 고용계획을 제시하고 정부는 이를 요구해야 한다. CJ헬로가 최근 영동지역 산불 발생시 특별 생방송을 하고 지방자치단체 선거때 유권자 판단을 도울 수 있는 정책 소개 방송을 한 것처럼 지역 공공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콘텐츠 생성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방송통신공공성강화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또한 "변화된 환경에 맞춰 정부 정책과 미디어 행정도 기존 문법, 기존 관점과 달라져야 한다"며 "국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과기정통부의 미흡한 '유료방송시장 규제개선 방안'을 반려하고 지역성·다양성·일자리 창출 등 공익성 규제 방안을 보완·강화할 것과 인수·합병 세부심사기준을 제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현재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로 이원화된 미디어 정부조직을 일원화하되 단기적으로는 인수·합병 심사를 위한 상설협의체를 구성, 운용하는 식으로 부처간 협력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신영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지원정책과장은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 합병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권, 지역성, 시청권 등 공공성을 중심으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지역성 측면에서 (인수 통신사의) 지역채널 투자계획, 지역 밀착형 콘텐츠 생산계획을 살펴보고 (피인수 기업 노동자) 노동권 측면에서 고용 유지 계획, 협력업체 상생·협력 방안 등도 심사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기 방송산업정책과장은 "미국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작에 지난해 국내 전체 방송시장 투자액 24억 달러의 다섯배가 되는 120억 달러자를 투자하고 있다"며 "갈수록 시청점유율과 광고시장 점유율에서 전통 방송시장을 넘어서고 있는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진입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방송·통신 융합환경에서 '칸막이'식 규제를 계속하면 (우리나라가) '규제의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며 "우수한 국내 네트워크 기술과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세계 방송 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차별적인 규제 양산보다 매체 환경에 맞는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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