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이른바 탈(脫)원전은 언젠가 실현돼야 할 목표이다. 하지만 탈원전을 외치기 전 그것이 가능한지 현실적인 여건을 따져봐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 공급에서 석탄화력과 원전이 작년 말 기준으로 39%, 30%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급격한 원전 감소는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경제력에서 뛰어난 원자력의 강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전원별 전력 생산단가는 ㎾h당 원전이 48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169원, 풍력 109원보다 월등히 싸다.

그럼에도 정부는 탈원전 로드맵을 추진, 2017년 기준 24기인 원전을 2031년 18기, 2038년 14기까지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폐해가 적잖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한국 원전산업 생태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생태계의 근간(根幹)을 이루는 중소·중견 협력업체들에서 인력 감축, 자발적 이직이 본격화되고 있다. 원자력 핵심 부품인 센서를 공급사를 비롯해 해당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원전 기술 경쟁력이 도태되고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가가 저렴한 원자력 대신 비싼 원료인 LNG(액화천연가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구입하다 보니 한전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2013년 이후 매년 1조~1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던 한전은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 2017년 4분기 1천294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지난해 3분기를 제외하고 올해 1분기까지 줄곧 적자를 이어갔다. 올 1분기에만 6천299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영업손실을 냈다.

한전이 원가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실현되긴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전이 원가를 공개하면 비싼 전기를 써온 중소기업과 전국의 자영업자들이 집단 반발할 것이 뻔한데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이 원가 공개를 허용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는 유럽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과 전기 요금 상승에 탈원전을 미루고, 개발도상국들은 전력난 해결을 위한 원전 기술 개발과 원전 건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을 직시하길 바란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18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원전 발전량은 전년보다 0.6% 증가했다. 전력난 탓에 지난해 원전 4기를 재가동한 일본은 전년보다 71% 증가했다. 스웨덴은 지난해 원전 발전량을 4% 늘리면서 원전이 수력을 제치고 전력 생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음을 가볍게 보지 말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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