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설립때부터 관여한 시공사 "알면서도 무마…책임면피 안돼"

"꼬리자르기식 수사 우려 시공사 처벌 함께 이뤄져야"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 헬리오시티의 조합장 비리가 속속 밝혀지면서 이를 알면서도 무마한 시공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장과 건설사들의 근절되지 않는 재건축·재개발 비리로 인해 공사비가 늘어나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헬리오시티는 HDC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 삼성물산의 컨소시엄으로 탄생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 2015년 2월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6천551가구 철거를 시작으로 하루 약 4천명, 3년간 180만명이 투입되는 대공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공사가 마무리됐다.

가락시영아파트 조합은 지난 2003년 조합설립 이후 각종 비리 의혹을 달고 다녔다. 결국 업체선정 과정에서 청탁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옥살이하고 있다. 새로 선임된 조합장 역시 임기 약 1년 3개월 동안 비리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조합장과 업체 간 검은 뒷거래는 물론, 공사금액을 부풀리거나 조합원 동의 없이 셀프 결제를 하는 등 혐의를 받는다.

특히 조경공사에 85억원, LED등에 60억원 등 설계변경으로 인한 추가공사비를 책정해 145억원에 달하는 금액의 행방이 오리무중인 상태다.

주 모 전 조합장과 시공사업단(HDC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삼성물산)이 계약한 시설 업그레이드 설계변경 관련 합의서.

본지가 입수한 합의서에는 ▲LED등 기존 승인안 유지 ▲조경 업그레이드外 85억 ▲시공사 무상 업그레이드 등의 변경 내용을 시공사에서 요청해 조합이 승인한 것으로 적었다.

여기에는 '가락시영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시공사업단(HDC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삼성물산)은 상기내용을 합의하며 상호신의의 원칙에 의거 신속히 후속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가운데 조합은 현대산업개발과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가락시영 재건축 시공사업단에 준공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주 모 가락시영아파트 조합장은 "조합원을 대표해 9천510가구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임에도 공기 연장이나 인허가 지연 없이 모든 과정에 조합과 15년간 협력해준 시공사업단에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비리를 생활 적폐로 규정하며 시공사와 조합에 칼끝을 겨눴다. 앞으로는 1억원 이상의 모든 용역업체를 선정할 경우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이사비와 개발이익보증금, 재건축부담금 등과 같이 입찰과 무관한 사항의 제안을 금지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경우 조합설립 과정에서부터 시공사가 깊숙히 개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리가 밝혀질 경우 시공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꼬리자르기식 수사로 조합 관계자만 처벌할 게 아니라 실제로 공사를 시공한 대형 건설사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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