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주거 환경과 유기적 도시기능 확보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 노후·불량건축물을 효율적으로 개량하는 도심 재건축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상당수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부패 온상으로 지목된 지 오래다. 조합장과 임원들의 공금횡령과 뇌물수수 등 비리로 얼룩지면서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아 조합원들의 피해가 적잖게 발생하곤 한다.

오죽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해 11월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의 에서 재개발·재건축 비리와 관련해 핵심을 짚는 발언을 했을 정도다. 이날 재개발·재건축 비리 건을 보고한 국토교통부에 대해 문 대통령은 “재개발 문제에 대한 대책도 현장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전제,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전문지식이 있는 주민들이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시행사가 돈 되는 재건축 장소를 발굴해 주민대표 등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현장의 원천적인 문제를 찾아서 조치를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질타했겠는가.

이처럼 정부의 반부패 대책이 현실에 근거해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는 ‘재건축 부패 사례’가 제기되고 있어 사정당국의 엄중하고 신속한 수사가 요청된다. 총사업비 2조5천129억으로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가 ‘비리백화점’으로 드러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재건축 과정에서 뇌물과 횡령·배임 등 온갖 비리들에 대한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고 있는 것이다.

본지(6월13일·14일 보도)에 따르면 헬리오시티는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의 컨소시엄으로 2018년 12월 공사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가락시영아파트 조합은 2003년 조합 설립 이후 각종 비리 의혹을 달고 다녔다. 결국 업체선정 과정에서 청탁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김 모 전 조합장은 옥살이하고 있다. 한데 새로 선임된 주 모 전 조합장 역시 임기 약 1년 3개월 동안 비리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조합장과 업체 간 검은 뒷거래는 물론, 공사금액을 부풀리거나 조합원 동의 없이 셀프 결제를 하는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상가조합원은 기존 상가보다 넓은 점포를 배정받은 데 반해 기존보다 못 미치는 면적을 배정받은 조합원도 있어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주 모 전 조합장이 상가 입찰 과정에서 일부 상가 분양입체에 많게는 수억원의 뒷돈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건설사들이 조합장 비리를 알면서도 무마해준 뒤 혜택을 입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적폐청산 차원에서 사정(司正)의 ‘칼’을 들이대야 한다. 썩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악취가 진동하는 한국사회를 어떻게 정화시켜야 하는 지는 이미 그 해답이 나와 있다. 재건축·재개발 비리로 인해 공사비가 늘어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전가되듯 ‘힘세고 있는 자’들의 부패는 결국 국민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다.

검찰이 의지를 갖고 수사하길 당부한다. 물론 성역 없는 수사여야 한다. 조합과 건설사는 당연하고 경우에 따라선 정치인과 관료, 정권 실세 주변 브로커까지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게 마땅하다. 정·경·관 유착관계를 보여 준 부패비리 사건이 어디 한둘이었는가. 부정부패 발본색원이야말로 파사현정 구현의 길임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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