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브랜드에서 '멀티숍'으로 탈바꿈
'테스트매장' 오명에 온라인몰 폐쇄도

▲ 국내 화장품 로드숍이 멀티숍 형태로 매장 변신을 꾀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하고 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멀티숍 '눙크'를 론칭하고 서울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오픈했다. 사진=에이블씨엔씨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국내 화장품 로드숍이 오프라인 매장에 살리기에 나선다. 한때 'K뷰티' 절대 강자였던 로드숍은 헬스&뷰티(H&B) 스토어와 온라인 쇼핑에 밀려나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에 원(One) 브랜드가 아닌 다양한 브랜드를 함께 구입할 수 있는 멀티숍 형태로 매장 변신을 꾀하는 등 재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16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멀티숍 '눙크(NUNC)'를 론칭하고 서울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오픈했다. 눙크는 자사 관계 브랜드인 미샤와 어퓨 외에도 시세이도, 하다라보, 캔메이크 등 세계 유명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멀티숍으로 운영된다.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오프라인과 수출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189억원 적자를 봤다. 올리브영과 롭스, 랄라블라 등 H&B 스토어가 몸집을 불리는 것과 더불어 최근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상에서 유통되는 화장품이 급격히 늘어나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더페이스숍과 토니모리, 스킨푸드 등 다른 로드숍 사정도 다르지 않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리스크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도 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지난 2016년 2조8천110억원이었던 로드숍 시장 규모는 이듬해 2조290억원, 지난해에는 1조7천억원으로 하락했다.

반면 H&B 스토어의 몸집은 불어나고 있다. 시장규모는 2010년 2천억원에서 2017년엔 1조7천억원까지 커졌다. 내년에는 2조7억원, 오는 2025년에는 4조5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매장 수도 지난 2016년 1천개에서 지난해 1천500개로 늘었다.

이에 에이블씨엔씨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을 통해 H&B 스토어와 차별점을 둔다는 전략이다. 미샤와 어퓨 등 기존 PB브랜드를 메인으로 잡고 동시에 다른 브랜드 제품을 들러리로 두는 것이 아닌 카테고리 별로 나눠 함께 판매하며 눙크만의 멀티숍을 만들어 나간다는 포부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눙크를 색조에 중심축으로 두고 현재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매장으로 이끌어 갈 예정"이라며 "내달까지 부산, 대구, 대전 등지를 포함해 전국에 20여 개 점포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올해 상반기 내 300여 개 로드숍 매장을 '아리따움 라이브'로 전환한다. 아모레퍼시픽 제품만 판매하던 기존 아리따움과 달리 타사 브랜드 제품도 함께 판매하는 멀티 브랜드숍 플랫폼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전국에 분포돼 있는 아리따움 가맹점에서도 메디힐, 데싱디바, 키스미 등 다른 브랜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온라인몰을 폐쇄하는 강수를 뒀다. 지난 7일부터 로드숍 더페이스숍과 편집숍 네이처컬렉션 온라인몰 서비스를 모두 종료했다.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6월 멤버십데이 세일'은 오프라인에서만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테스트 용'으로 방문하고 정작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뷰티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매장에 역량을 모아 수익성 확대 및 가맹점과의 상생에 나서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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