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16일 귀국했다. 이들 나라는 우리처럼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에 특화돼 있어 선의의 경쟁자이자 좋은 동반자이다. 특히 집권 중반기를 맞아 4차산업혁명 동력화를 통한 경제성장률 제고에 절치부심(切齒腐心)인 문 대통령으로선 이들 국가들의 혁신성장정책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국민 모두가 두루두루 잘 사는 복지천국을 구축한 만큼 '혁신적 포용국가'를 지향하는 문 대통령에게 순방 일정 하루하루가 남달랐으리라.

이들 국가들은 유럽 속 강소국으로서 경제·복지 정책뿐만 아니라 탁월한 외교술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핀란드가 눈에 띈다. 핀란드는 중세 이래로 수 백 년 동안 스웨덴의 지배를 받다가 나폴레옹 전쟁 이후에는 러시아의 속방이 된다. 작곡가 시벨리우스(Sibelius)의 교향시 '핀란디아'(Finlandia)를 들으면 누구나 격정적이게 되는 이유는 당시 러시아의 압제를 받았던 핀란드인의 피끓는 조국 독립 의지가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과 볼셰비키 혁명으로 식민 종주국 러시아 제국이 해체되면서 핀란드는 독립했지만 서광이 비치기엔 아직 멀었다. 나라는 극심한 좌·우 대립으로 참혹한 내전을 치르게 됐고 2차 세계대전 즈음해선 독일과 소련이 협약을 맺어 핀란드를 소련 영역권으로 규정하면서 소련의 침공에 맞서서 두 차례나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했다. 이 전쟁에서 핀란드인들은 쳐들어오는 소련 탱크에 '몰로토프 칵테일'(Molotov Cocktail·화염병)을 던지며 온 몸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은 국토를 보전하고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소련의 우위를 인정하면서 강화를 맺었다. 2차대전 이후에도 핀란드는 소련과 서유럽 사이에서 중립을 표방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갔다. 소련을 의식해 서방의 마셜 플랜과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유럽공동체(EC)에 모두 가입하지 않았지만 구 공산권의 바르샤바 조약기구(WTO)에도 가맹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전략적 모호성도 정도껏이지 언젠간 '양자택일'(兩者擇一)해야 한다는 말이 많다. 이번 순방을 통해 문 대통령이 엄혹한 냉전 시기 미·소 어느 진영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간의 길을 걸으며 정치적 자유와 시장경제의 풍요를 동시에 구가한 핀란드의 생존의 지혜를 얻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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