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교환, 환불 안 돼요."

보세 옷 가게에서 늘 듣는 말이다. 피팅 불가 상품이라 눈대중으로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추후 사이즈 교환조차 해줄 수 없다는 이 야박한 통보는 무엇일까. 집에서 입어보고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 통보 덕분에 서랍장 한구석에 박아둔 옷이 여러 벌. 괜히 억울한 마음에 찾아본 소비자기본법은 안타깝게도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단순 변심으로 인한 교환·환불 규정이 없다고 말한다. 실물을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는 만큼 판매자가 고지한 교환·환불 규정이 효력을 지닌다.

사람은 살면서 한 번쯤 '환불해? 말아?' 기로에 선다. 이때 꽤 깊은 내적 갈등을 경험한다. 상품이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은 분명하다. 그러나 교환·환불 불가 고지를 받았거나 할인을 받아서 샀거나 반품 시 배송비까지 든다면?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올바른 소비를 하지 못한 스스로를 책망하며 서랍 빈 곳을 메우는데 쓴다.

다행히 온라인에서 구매한 제품은 '개봉 후 교환·환불 불가' 스티커가 붙어있어도 코웃음을 칠 수 있다. 이는 악의적으로 반품을 요구하는 진상 고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일 뿐 법적 효력은 없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에 따르면 디자인과 색상, 기능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제품 수령 후 7일 이내에 반품 및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다.

계약 철회 문제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업종은 바로 '헬스장·피트니스센터'다. 최근 소비자원이 발표한 소비자 피해 구제 신청 중 서비스 분야 피해 다발 품목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소비자가 중도 해지를 원하면 프로모션 할인임을 내세워 '환불 및 양도 불가', '중도 해지 시 환불 불가'라며 거절하면서다. 이는 민법 제689조에 따라 위법 소지가 있다. 소비자는 언제든지 위임계약을 중도 해지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소비자원 합의 권고에 따라 환불받는데 성공한 소비자는 10명 중 3명(34.8%)에 불과하다. 나머지 7명은 소비자원에 도움을 요청하고도 환불을 받지 못했다. 현금이나 신용카드 일시불로 결제한 경우 사업자 폐업 등으로 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때 항변권을 행사할 수 없어 더욱 보상 받기가 어렵다.

소비자 보호가 강화되고 있지만 교환·환불 및 중도 해지 시 환급 기준 등이 더 구체적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개봉 후 교환·환불 불가' 스티커나 '환불 및 양도불가' 등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구매 취소할 수 있는 소비자 권리를 미리 가로막는 행위다. 업계의 자발적인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악의적으로 반품과 계약 철회를 반복하는 '블랙컨슈머'를 처벌하는 기준도 함께 높아지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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