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 나서
파운드리, 미·중 무역분쟁 여파 신규 고객 노크

▲ 올 상반기 메모리 반도체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대안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와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 삼성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올 상반기 메모리 반도체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대안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와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반도체부문 사장단을 최근 2주일 사이에 2번이나 소집해 경영전략과 투자현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미·중 무역전쟁으로 대외 변수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여건 아래서 이들 부문이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성장할지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인공지능(AI) 핵심 기술인 NPU(Neural Processing Unit·신경망처리장치) 사업으로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 달성이라는 비전을 갖고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AI 칩'으로도 불리는 NPU는 여러 연산을 동시에 처리해 AI 기능 구현 속도를 높인 프로세서로 시스템 반도체의 한 종류다.

삼성전자는 우선 NPU 분야 인력을 현재 200명에서 10배 이상 확대해 2000명대 규모로 키우고 인력, 응용처, 핵심기술에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다.

앞서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NPU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시스템 LSI 사업부와 종합기술원에서 선행 연구와 제품 개발을 해왔으며 지난해 모바일 시스템 반도체 SoC(System on Chip·시스템 온 칩) 안에 NPU를 탑재한 '엑시노스9'(9820)을 처음 공개했다.

지난 2016년 처음 NPU 과제를 착수한 이래로 2세대 NPU는 이미 개발을 완료했고 현재 3세대 NPU를 개발 중이다. 향후 NPU를 모바일, 전장, 데이터센터,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기술(IT) 전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덕현 삼성전자 시스템 LSI 사업부 SoC 개발실장은 지난 18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삼성에서 개발한 모든 SoC에는 NPU가 탑재될 것"이라며 "NPU가 탑재된 SoC 시장은 자동차, 데이터센터 등으로 광범위하게 채용이 확대되기 때문에 2023년까지 연평균 52% 고속 성장할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아울러 NPU 기술을 발전시켜 사람 두뇌 수준의 정보처리와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뉴로모픽(Neuromorphic) 프로세서 기술까지 나아갈 예정이다. 뉴로모픽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선 수십 TOPS(Tera Operations Per Second) 정도인 현재 연산 속도의 약 100배에 달하는 수천TOPS 수준의 NPU가 개발돼야 한다.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NPU 사업 강화로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며 "차별화된 기술과 글로벌 기관들과의 협력, 핵심 인재 영입을 통해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약세였던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9년 하반기 산업전망 세미나'에서 "파운드리 시장은 지난해 70조원의 규모를 형성, 수년 후에는 90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며 "파운드리 고객은 수 백개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가 있지만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가 이중 2~3개 업체만 잡아도 퀀텀 점프(대도약)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미국계 업체들이 삼성전자에 노크를 많이 하고 있다"며 "파운드리는 장기계약을 맺는 만큼 올해부터 성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고 엔비디아, 애플, 장기적으로는 자일링스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 기업을 목표로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및 시스템LSI 사업)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 부문 사장단을 소집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침체와 대외여건의 악화로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지만 미래를 위한 '흔들림 없는' 투자를 지속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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