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언론노조,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희망연대 4자간 공동 협의

▲ KBS, MBC, SBS 지상파 3개 방송사와 언론노조,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로 구성된 4자간 공동협의체가 지난 18일 '드라마 제작환경 가이드라인 기본합의' 체결했다. 사진=언론노조
[일간투데이 최유진 기자] 지상파 3사와 제작사, 방송 스태프가 드라마 제작환경의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기로 합의하고 표준근로계약서를 적용하기로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0일 KBS, MBC, SBS 지상파 3개 방송사와 언론노조,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로 구성된 4자간 공동협의체가 지난 18일 '드라마 제작환경 가이드라인 기본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이번 합의를 통해 드라마 제작현장의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기로 했다. 노동시간을 근로기준법상 기준에 부합하도록 단축해나가고 주 52시간제 시행에도 대비한다.

도급 계약, 턴키 계약 등 법망을 피해 스태프를 쥐어짜던 편법 대신 계약 내용이 명시된 표준근로계약서가 적용된다. 협의체는 오는 9월까지 드라마스태프 표준인건비 기준과 표준근로계약서 내용을 마련한 후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장 스태프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현장별로 종사자협의체를 운영한다. 방송사와 제작사 책임자, 스태프 대표자는 종사자협의체를 통해 노동시간과 휴게시간, 산업 안전 조치, 기타 근로조건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

이번 합의가 도출되기까지는 6개월이 걸렸다. 지상파 방송사 산별협약에 따라 언론노조와 지상파 3사가 협의체를 구성했고 여기에 드라마제작사협회와 방송스태프지부까지 참여해 4자 협의체로 전환됐다.

협의체는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언론노조는 "공동협의제에 참여하는 4개 주체가 지속적인 대화로 소중한 합의를 만들어 냈다"며 "드라마 제작환경 가이드라인인 기본 합의서는 앞으로 드라마 제작 현장의 변화를 끌어낼 소중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한편 CJ ENM은 "자회사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사협회 회원사로서 드라마 제작 가이드라인 기본 합의에 참여했다"며 "향후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의체가 가이드라인 합의를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지만 문화계 표준근로계약 논의가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계기는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기자간담회장에서 였다.

당시 봉준호 감독은 "2017년 이후로 전체 영화가 표준근로계약서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기생충도 그런 규정을 지키면서 작업했다"며 "'설국열차', '옥자'도 해외 스테프들과 같은 시스템으로 한국에서 작업했는데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TV 드라마 쪽도 논의된다고 들었다"며 "빨리 표준 근계약서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기생충' 제작사는 단 77회 만에 촬영을 진행하면서 주 5회 근무, 주 2회 유급휴가 제공, 4대 보험 적용 등을 골자로 한 표준근로계약서를 제작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와 작성했다.

이런 사실이 화제가 되자 방송계에서도 영화 '기생충'을 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는 지난달 "칸 황금종려상보다 표준근로계약 체결 사실이 더 놀랐다"고 꼬집었고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또한 "방송사들은 '기생충'을 그저 부러워하지 말고 스스로 앞장서서 방송 노동 환경 개선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는 tvN '아스달 연대기' 촬영에 대해 지난 4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최소한의 휴식도 없이 장시간 촬영에 제작진을 내몰았다며 스튜디오 드래곤을 고발했다.

이에 지난 6월 8일 드라마 제작사 드래곤 스튜디오 김찬혁 사업전략부장은 "부족한 점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앞으로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의견을 얘기했다.

또한 "드라마 제작현장과 자주 비교되는 영화 제작현장도 지금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수년간의 개선 논의와 각 이익집단을 대표하는 단체의 성장, 협력이 뒷받침됐다"며 "드라마 제작현장은 지난해부터 환경개선 논의가 본격화됐고 체질 개선이 진행 중에 있지만 업계 전반적인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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