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악화되는 경영여건에 생존 자체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중견·중소기업계가 더욱 심하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자동차·화학 등의 전망이 불확실한 데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비용 증가, 정부의 기업활동 규제 완화 미미 등으로 기업 경영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통계가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외부감사기업 2만 1213곳 중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 비중은 32.2%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낸다. 이 비율이 1배 미만이라는 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중소기업 비중이 지난해 전체 중소기업의 3분의 1을 넘어섰다는 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2010년 통계 작성 후 처음이다. 이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되는 이른바 '좀비 중소기업' 비중도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극심한 경기 침체에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업종 부진이 겹치면서 재무구조가 열악한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회생할 가능성이 없음에도 정부 또는 채권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연명하는 기업을 영어에서 '되살아난 시체'를 뜻하는 '좀비'에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시장원리에 따라 퇴출돼야 할 좀비기업이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금을 축냄으로써 정작 도움이 필요한,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게 지원돼야 할 자금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계기업의 존재는 전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려 정책자금의 효율을 가져오지 못하게 방해한다. 기업들은 수익을 창출할 목적으로 세워진다. 살기 위해서 기술이전이나 아이템의 개발, 시장개척 등의 자구책을 펼쳐내서 생존의 터전을 가꿔내야 한다.

사업구조조정이 시급하다.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확보하는 방법을 택하는 게 합리적이다. 후유증도 줄일 수 있다. 구조조정은 미래지향적인 산업 생태계 혁신 차원에서 접근하고 실행돼야 하는 것이다. 사업구조조정은 부실기업이나 비능률적인 조직을 글로벌 시대 경쟁력을 갖춘 사업구조로 개편하는 데 주목적이 있다. 바꿔 말하면, 성장성이 희박한 사업분야의 축소 내지 폐쇄, 중복성을 띤 사업의 통폐합 등이다.

경계할 점은 정부 주도의 강제적 구조조정이다. 이른바 관치(官治) 구조조정은 감동이 없고 효과도 작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책은행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해 왔다. 이는 부실기업에 대한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과 국민 부담 가중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국책은행은 또 국책은행대로 출자 부실기업에 대한 관리 미흡으로 질타를 받고 있음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여하튼 망한 기업을 수시로 도려내지 않고 정부가 계속 끌어안고 가다간 나라 전체가 주저앉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시절과 같은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좀비 기업' 기업구조조정은 시급하다. 다만 부실예방과 사전 경쟁력 강화, 시장중심의 구조조정, 산업·금융 측면의 균형 등을 고려해 추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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