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반도다. 일본 오사카(大板)에서 2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을 만난다. G20 정상회의가 끝나는 29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점도 흥미롭다. 아베 신조(安倍晉條)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은 미지수다.

여하튼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대 한반도정책을 놓고 민감한 쟁점에 대한 조율 수준이 초미관심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공통된 의제다. 이를 토대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 한반도 평화 및 동북아 안정의 방향 설정이 예상된다.

관심사 중 하나는 시진핑 주석이 1박2일(20~21일)간 북한을 방문하고 G20 정상회의에 참석 한다는 사실이다. 시주석이 들고 오는 메시지에 눈길이 간다.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의지를 읽은 청와대는 이를 계기로 '남·북-북·미대화의 문(門)'이 열리길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북·미 정상 간 교환한 친서 내용이 흥미를 더하게 한다.

■G20 앞두고 북·미 정상 친서 교환

앞서 중국중앙방송(CCTV) 등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일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조선(북한)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유관국(미국)이 조선 측과 마주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 (한)반도 문제가 해결돼 성과가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북·중정상회담과 조만간 개최 예정인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조기 대화 및 협상 재개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시 주석으로부터 북·중정상회담 결과를 구체적으로 공유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 주석의 역할이 커지는 것은 문 대통령 입장에선 변수이기도 하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북·미만을 중재하다가 중국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다. 상황이 점차 '북·중 직거래'로 흘러갈 경우, 문 대통령의 중재역할이 희미해질 수도 있다는 상황도 상정 가능한 것이다.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 직전 6월 방북을 강행한 배경은 다목적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부터 4번에 걸친 방중에 대한 답방을 넘어 국면전환용 카드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 주석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국내 경기 침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파상공세에 이어 최근 홍콩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무역협상 담판이 될지도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분위기 쇄신이 절실해진 이유다. 방북을 통해 현재 얼어붙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다시 돌아가도록 만들 수 있다면 상처 입은 시 주석의 정치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얼어붙었던 한반도 정세가 다시 요동칠 수 있을지에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 어선 '침투' 파장…안보 허점 경계

이럴 때 일수록 우리의 안보 대비태세는 튼튼해야 한다. 현실은 아니다. 길이 약 9m의 2t짜리 소형 어선으로 북한에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선박이 우리나라의 안보태세를 뒤흔드는 '폭탄'이 되고 있다. 지난 15일 4명이 탄 북한 어선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강원 삼척항에 접안한 사건은 구멍이 뻥 뚫린 안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민간이 신고할 때까지 군과 해경은 까마득히 몰랐다는 얘기다. '노크' 귀순'의 재연인 셈이다.

이낙연 총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국방부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합동참모본부와 해군 1함대 사령부, 육군 23사단 등을 상대로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전반적인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던 합참의 발표가 무색해졌다. 설상가상 해양경찰이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해경 보고와 군 발표가 다른 것을 두고 청와대가 사건 초기부터 개입했다는 의혹마저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여정이 순탄하기 위해선 우리의 튼튼한 내적 방위태세가 선결요건이다. "잘못을 했거든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過則勿憚改)"는 '논어'의 가르침을 되새겼으면 한다. 6·25한국전쟁 69주년이 내일이다. 아직은 휴전상태임을 인식하자.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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